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연일 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주가가 8만 8천 원대에 오를 만큼 높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1월 12일, 종가 기준 40%가량 빠진 5만 3천 원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TSMC와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삼성의 앞길을 더욱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고성능 메모리(HBM)와 5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쟁사들의 독주가 두드러지고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TSMC, AI 열풍 타고 초미세 공정에서 독보적 성장
대만의 TSMC는 인공지능(AI) 칩 수요에 힘입어 내년에도 초미세 공정 가동률이 10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AI 관련 반도체의 강세로 인해 TSMC는 5나노 공정에서 삼성보다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까지도 맡게 되어 대규모 주문량을 확보했다.
TSMC는 또한 첨단 패키징 기술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하는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데, TSMC는 AI에 필요한 생산 시설을 2023년 연말까지 36,000개, 2024년에는 매달 90,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TSMC는 매출 감소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수요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장악
한편 SK하이닉스는 HBM 부문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내년까지도 HBM 공급이 완판될 것으로 전망되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칩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SK하이닉스는 향후 12개월간 메모리 시장에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약 6배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고성능 컴퓨팅 수요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급격한 성장 덕분이다.
삼성전자 역시 HBM3E 양산을 시작하며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의 높은 생산 수율과 대규모 시설 투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품질 테스트 과정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삼성의 내년도 예상 수익 증가율은 24%로 비교적 낮은 수치로, 이러한 차이는 HBM3E의 시장 진입이 지연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HBM 부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천안 패키징 설비 확장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충남 천안에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염두에 둔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천안 공장 증설은 충남도와 삼성 간의 양해각서를 통해 추진되며, 삼성은 해당 부지를 임대해 2027년까지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확장할 계획이다. 패키징 공정은 반도체 제조의 마지막 단계로, 칩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며 고성능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고점 이후 40% 가까이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은 경쟁사들의 성장세와 대비되며,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시장 대응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천안 설비 확장은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AI 및 HBM 시장에서 경쟁사들에게 밀리고 있으며, 주가 하락도 이러한 시장 우려를 반영한다. TSMC는 AI 열풍을 타고 첨단 공정에서 강세를 보이고,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굳히며 두 업체가 삼성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천안에 반도체 패키징 공정 투자를 결정했지만 HBM과 파운드리 부문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 어떤 기술적, 전략적 혁신을 내놓을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HBM4가 결정지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