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팔고도 돈 못 받은 셀러들
티몬 회생 결정에 뒤늦은 한숨
오아시스, 새 주인 되어 반전 나섰다

수만 곳의 판매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티몬 사태에 마침표가 찍혔다. 티몬이 파산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고, 새 주인은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가 맡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이 티몬 회생 계획을 강제로 승인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법원이 나섰다, “망하게 두는 것보다 낫다”
티몬은 그동안 파산을 피하기 위해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법원에 제출했다. 이 계획에는 빚을 어떻게 갚고, 회사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처음엔 채권자들의 동의를 못 받아 통과되지 못했다. 특히 티몬에 상품을 공급했던 중소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이 포함된 채권자 그룹은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법원은 “티몬을 그냥 문 닫게 하는 것보다, 살아남게 하는 게 여러 사람에게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법원은 “계획안이 부결됐어도, 강제로 승인한다”고 결정했다.
티몬을 살리는 데 나선 주인공은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였다. 오아시스는 총 181억 원을 들여 티몬의 새 주인이 됐다. 이 돈에는 티몬의 주식을 사는 비용과 직원들 급여, 운영비 등이 포함됐다.
오아시스는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위해 최저 수수료와 익일 정산 시스템을 약속했다. 즉, 고객이 물건을 받으면 바로 다음 날 판매자에게 돈이 들어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티몬의 기존 이름과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빠른 배송 같은 오아시스의 강점을 붙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객 700만 확보…하지만 갈 길은 멀다
오아시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티몬의 400만~500만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자사 고객을 더하면 700만 명 규모의 플랫폼으로 커지게 된다.
이는 신선식품 전문에서 종합 이커머스로 나아가기 위한 큰 도전이었다. 특히 외국계 자본이 국내 유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티몬 인수는 토종 플랫폼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다. 티몬이 갚아야 할 빚은 약 1조 3천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오아시스가 실제로 변제하기로 한 금액은 전체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아시스도 자칫 티몬·위메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여름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정산해 주지 않으면서 시작된 이 사태는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줬다. 피해업체만 4만 8천 곳, 소비자 환불만 1,300억 원에 달했다.
이번 티몬 인수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반전을 이끄는 한 수가 될지는 이제부터 결정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