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럴 수가”…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발목 잡힌 상황

트럼프 2기, 반도체도 ‘칼날 조이기’
삼성·하이닉스, 중국 공장 발 묶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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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믿고 썼던 장비, 이제 허가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운영 중인 반도체 공장이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 움직임으로 긴장에 휩싸였다.

기존에는 미국산 장비를 자유롭게 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전 허가 없이는 반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믿을 수 있는 기업’ 지위 철회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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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 / 출처 : 뉴스1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새로운 수출통제 방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 핵심은 ‘VEU’, 즉 검증된 최종 사용자 제도를 없앨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VEU는 미국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지정한 경우,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으로 들여오는 데 별도의 허가 없이도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였다. 한국과 대만 기업들은 이 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미국 장비를 반입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기술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이 예외 조치가 중국 기술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장비 수급부터 유지보수까지 모두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일정 지연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도체 생산에는 다양한 공정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는 대부분 미국 기업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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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 / 출처 : 뉴스1

극자외선(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지만, 증착과 식각 같은 주요 공정 장비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같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웨이퍼 위에 막을 입히는 증착 장비와 회로 패턴 형성을 돕는 장비 등, 반도체 제조 거의 전 과정을 커버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최근 이들 장비를 도입해 중국 공장에서 첨단 낸드를 생산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특히 삼성은 중국 시안 공장에서 286단 낸드를 생산하는 9세대 공정 도입을 준비 중이었는데, 이번 규제 강화 움직임은 이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기술전쟁에 낀 한국, ‘셈법’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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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 / 출처 : 뉴스1

이번 방침은 아직 미국 정부 전체의 최종 결정은 아니다. 상무부 내부에서 제안한 수준이며, 다른 부처의 조율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규제 방향이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반면, 핵심 장비는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양쪽 모두에 눈치를 보며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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