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상황에 “설마 했는데 결국”… 가만히 있던 한국마저 ‘날벼락’

이란 의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결
한국 수입 원유 68% 영향권
유가 최대 130달러 급등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출처: 연합뉴스

중동발 위기의 그림자가 한반도까지 드리우고 있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전격 의결하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유 수입의 99%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대란은 물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동 위기, 한국 경제 직격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채택했다.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출처: 연합뉴스

에스마일 쿠사리 마즐리스 국가안보위원장은 “이번 결의는 이란 국민의 뜻”이라며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위협용 카드로만 꺼내들던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균 폭 55km, 가장 좁은 구간은 33km에 불과한 좁은 해로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이상이 이곳을 통과한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이란이 군함으로 봉쇄하면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생활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 가속화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출처: 연합뉴스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수입 물가 전반을 자극하게 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수입 제품의 원가가 추가로 상승해 이중고를 초래할 수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 유가와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심리 위축, 교역 감소 등 경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공장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출처: 뉴스1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해협 봉쇄 시 한국 전 산업의 생산비 상승률은 3.02%, 제조업 5.19%, 서비스업 1.3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의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산업계 비상 대응…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

정부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형일 1차관 주재로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24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점검회의에 나섰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1%에 이르는 정유업계는 조달지 다변화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기존 거래처 대신 다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사들도 이란과 이스라엘을 우회하는 물류 노선 검토에 착수했다.

기름값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출처: 연합뉴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의 이란 타격 소식 이전 수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투자를 미루게 되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에도 제약이 생겨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보민 국립인천대학교 교수는 “해협 주변 긴장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과 운임지수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장기적 대비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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