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US스틸 인수, 한국은 공장 멈추고 초비상…막막한 철강 업계

대미 철강 수출 16% 급감, 단가도 하락
일본, US스틸 인수로 미국 시장 선점
탄소중립 대응에도 수십조 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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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미국의 관세 폭탄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까지, 대내외적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공장 가동 중단과 사업부 매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고 있다.

일본 등 경쟁국들이 미국 시장을 선점하며 몸집을 불리는 사이, 한국 철강산업의 활로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미국 관세 폭탄에 수출길 막혀

23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 2천700만 달러(약 4,521억 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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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수출 단가도 톤당 1천295달러(약 179만 원)로 전년 대비 9.4% 하락했다. 특히 5월 수출 단가는 4월과 비교해 한 달 만에 14.6%나 떨어진 수치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5월부터 미국발 관세 영향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개월 전 주문이 이뤄지는 철강 업계 거래 관행상 3월에 부과된 관세 영향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 4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는 25%에서 50%로 인상됐다.

철강업계 현지화 전략
철강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 2018년부터 미국 철강 시장에서 연 263만 톤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으나, 올해 3월부터 이 쿼터가 철폐됐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13.06%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라이벌 일본은 미국 시장 선점

그 사이 경쟁사인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 인수를 완료하며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 18일 일본제철은 US스틸 보통주 100%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고, 조강 생산량도 4364만 톤에서 5782만 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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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반면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한국 업체들은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다. 두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는 2029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당장 한국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업체들과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중립 부담까지 겹친 이중고

여기에 더해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철강업계의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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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EU-CBAM은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 등 6개 품목에 탄소 배출량에 따라 과세하는 제도로, 고로를 주로 사용하는 한국 철강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현대제철도 전기로와 고로 복합 공정을 구축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12%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탄소중립 계획 이행에는 최대 수십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업계의 위기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며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철강산업이 글로벌 보호무역과 탄소중립이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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