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도 안 이랬는데 “심상치 않은 조짐이”…잘 나갔던 포항에 대체 무슨 일?

철강 산업, 3중고에 가동 중단 사태
이차전지, 투자 철회와 적자로 성장 동력 상실
도시 전체 위기… 특별 지원 절실
포항
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외환위기 때는 버텼는데, 지금은 버티기 힘들다.” 한때 한국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포항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다.

대한민국 수출의 핵심 동력인 포항이 무너지고 있다. 철강과 이차전지라는 두 개의 기둥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도시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철강의 몰락, 도시의 위기로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산업은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미국의 25% 관세 부과 등 3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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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포항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여기서는 주로 건설 현장에 쓰이는 형강 제품을 생산해 왔다.

더 충격적인 소식은 현대제철이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전환 배치를 실시한 결과 약 90명이 응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으며,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검토 중이다.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도 상황이 좋지 않다.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이 지난해 7월, 1선재공장이 11월에 각각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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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해 11월 연이은 폭발·화재로 현재까지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37조 5,56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4,73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6%, 29.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3,144억 원으로 전년보다 60.6%나 줄었다.

이차전지 산업도 함께 무너지나

포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됐던 이차전지 산업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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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포스코퓨처엠은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국 화유코발트와 포항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해 전구체 합작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지난해 9월 철회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도 2023년 360억 원에서 2024년 10억 원으로 급감했다.

양극재 생산업체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말까지 포항 4캠퍼스에 4,732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증설하려던 계획을 2026년까지 미뤘다.

업계에서는 이차전지 소재기업 가동률이 30%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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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2023년에는 영업이익을 냈던 에코프로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3,1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에코프로비엠도 40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S건설이 설립한 이차전지 재활용업체 에너티머티리얼즈는 노사 갈등 속에 18일부터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간 상태다.

이 회사는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시험 가동 중이었으나, “일부 공정 작업 거부와 야간조 집단 태업, 파업 등으로 정상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도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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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지역 경제계는 기업들의 생산설비 감축이나 투자 축소가 고용·인구·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항시와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은 정부에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하여 금융·고용안정, 연구개발, 사업화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포항시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특별법 제정, 포항경제자유구역 확장 등을 촉구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시의 요청에 따라 올해 1월 25일 종료 예정이던 포항지역의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지정을 2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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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핵심 산업 위기 / 출처: 연합뉴스

이강덕 시장은 “여·야·정부를 막론하고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특단의 대책과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구암 포항상공회의소 사무국장도 “지역산업의 어려움이 소상공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와 지역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포항이라는 도시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기로에서, 철강과 이차전지 산업의 회복 없이는 도시의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

과거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포항의 IMF’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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