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역주행하는 소비 색채
유채색 선호, 브랜드 철학 반영

한국 자동차 소비자들의 색상 선호가 세계 시장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채색 차량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유채색 차량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Axalta)가 6월 22일 발표한 ‘세계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유채색 차량이 전체 판매량의 24%를 차지해 10년 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 평균은 같은 기간 24%에서 16%로 감소했다.
유채색 늘어난 한국, 줄어든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채색 차량의 비중은 2015년 20%에서 2024년 24%로 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은 오히려 8%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는 27%에서 20%, 중국은 22%에서 15%, 유럽은 23%에서 19%, 일본은 28%에서 26%로 감소해 주요 자동차 시장 모두에서 유채색 선호가 줄었다.

이와 같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색상은 여전히 무채색이었다.
흰색이 33%로 가장 높았고 회색(26%), 검정(14%)이 그 뒤를 이었다. 은색의 경우 2015년 12%였던 비중이 지난해 3%로 급감했다. 반면 유채색 중에서는 파란색(10%), 빨간색(5%), 초록색(4%) 순으로 높은 선호를 보였다.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완성차 3사, 색상 전략 앞세워 대응
이러한 소비자 성향에 맞춰 완성차 브랜드들도 외장 색상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에 청잣빛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과 오로라를 형상화한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대표 세단 그랜저에도 우리 전통 공예에서 착안한 ‘브론즈 메탈릭 매트’와 ‘세리니티 화이트 펄’ 등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기아 역시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인 타스만에 ‘데님 블루’와 ‘탠 베이지’를, EV4에는 ‘마그마 레드’를 적용했다. 더 뉴 EV6에는 ‘아이보리 매트 실버’, EV6 GT에는 ‘울프 그레이’와 ‘요트 매트 블루’ 같은 새로운 색상들을 선보였다.

색상에 담은 브랜드 철학
제네시스는 색상에 철학을 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북극 자연 현상에서 영감을 얻은 ‘트롬소 그린’, 왜소행성의 빛의 산란을 형상화한 ‘세레스 블루’ 등 총 36종의 외장 색상을 개발했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차량의 외장과 내장을 모두 검정으로 통일한 ‘제네시스 블랙’도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색상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는 시각적 언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기준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한국 소비자의 선택이 어떤 시장 반응과 제품 전략을 이끌어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