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투자 ‘119조’
작년보다 ‘껑충’ 뛰었다

“제조업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오랜만에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이네요.”
국내 제조업의 투자 계획이 작년보다 7% 증가한 119조 원으로 집계되면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이 투자를 주도하는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어려움도 감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제조업 투자 실적은 114조 원으로 예상보다 4조 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이보다 5조 원 늘어난 119조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발 관세 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 여러 대내외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산업부는 “고금리·고환율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투자를 주도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확대한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에 맞춰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업들 “세제 지원과 금융 지원 필요”
기업들은 정부에 투자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산업 특성상 세제 지원이 있어야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 지원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 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제조업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흐름과 정부 정책이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단순한 설비 투자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 방식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