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국토교통부, 한달만에 정책 번복
고삐풀린 집값에 토허제 재지정·확대 초강수

“갑자기 가격을 2억이나 올리겠다며 매물을 거둬갔어요.”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부쩍 늘어난 문의 전화에 혀를 내둘렀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을 틈타 잠시 갭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렸던 이 지역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한 줄에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 달 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이 일부 해제되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집값이 들썩였다.
이에 당국은 다시 규제를 강화해 해제를 철회했지만, 오히려 규제에서 빠진 마포·성동·강동구 등지에 투자 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마·동·강’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

서울 강동구의 대형 신축 아파트 단지. 최근 이곳의 매물 호가가 하루 사이 수천만 원씩 오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까지는 토허제 적용이 안 되니 그 전엔 움직여야죠.” 강동구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이용택 씨는 매수 문의가 급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토허제 해제는 원래 시장의 숨통을 틔우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강남 3구의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자, 정부는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다시 규제하며 역대급 ‘정책 번복’을 단행했다.
이 조치는 강남을 겨냥했지만, 의도치 않게 ‘마동강’(마포·성동·강동)으로 투자 수요를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자는 “하루에도 갭투자 문의 전화가 다섯 통 이상 온다”며 “강남에서 밀려난 수요가 이쪽으로 들어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강남 입성이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규제 밖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0.21% 올랐고, 성동구와 강동구는 각각 0.29%, 0.25% 상승했다.
반면 강남구의 경우, 거래가 급감하고 일부 고점 매물이 가격을 낮춰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은 토허제 재지정과 대출 규제 강화로 급매가 속출하고, 마동강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이며 가격이 들썩인다.
마치 규제의 물줄기를 피해 부동산 시장의 ‘하천’이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정책은 실효성보다 시장에 혼란을 줬다”며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면서, 정부가 오히려 ‘어디가 오를지’를 알려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와 카페에는 ‘이번 기회에 마포로 가야 하나요?’, ‘다음은 광진이 오르겠네요’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 혼선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남권 중개업소에는 계약 파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한 매물은 해제 직전 32억 원에 호가됐지만, 규제 재지정 발표 직후 29억 원에 급매로 다시 나왔다.
한 중개사는 “이런 변동성 속에서는 매수자도, 매도자도 모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강남권 갭투자를 노리던 이들이 ‘시간 싸움’을 하듯, 24일 규제 재시행 전까지 서둘러 계약을 마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용산구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 안에 계약을 하겠다는 매수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임차인이 거주 중인 경우 실거주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갈팡질팡이지만, 시장의 흐름은 분명하다.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규제의 틈을 찾아 움직이고 있고, 그 결과 시장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으로 당장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잠시 안정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공급 대책 없이는 집값 상승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수석은 “규제가 있든 없든 서울 주택 수요는 제한적인 공급에 비해 너무 많다”며 “토허제가 잠시 시장을 누르겠지만, 결국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을 진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급 부족과 입주물량 감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 기본적인 시장 여건이 변화하지 않는 한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들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이미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작구,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이 새로운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왜곡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을 떠나지는 않지…
한국 부동산 투자가 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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