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신청자 급증, 전년 대비 25% 증가
대기업 61%는 상반기 채용계획 없거나 미정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 21년 만에 최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노동시장의 겨울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취업시장이 한파에 빠진 가운데, 실업급여 신청은 폭증하고 대기업들은 채용문을 닫으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실업급여 신청자 역대 최대 기록
10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발표에 따르면 2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 728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구직급여 신규신청자는 11만 7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급증했으며, 지급 인원도 66만 9천 명으로 전년보다 4만 3천 명(6.9%) 늘었다. 이는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2월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이다.
천경기 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많아져 실업자가 비례적으로 증가한 것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 이후 신청이 몰린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인 증가세는 심화되는 취업난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들, 채용 문 좁아져

이처럼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의 채용 의지는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61.1%가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41.3%는 미정, 19.8%는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코로나19 불황이던 2021년(63.6%) 이후 최대치다.
특히 건설(75.0%), 석유화학(73.9%), 금속(66.7%) 업종의 채용시장이 더욱 얼어붙었다. 기업들은 채용 축소의 주된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영 긴축(51.5%)”을 꼽았다.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에서도 28.6%는 규모를 줄일 예정이라고 밝혀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이 위축될 전망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침체 장기화와 보호무역 확산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시장, 21년 만의 최악 상황
실업급여 신청 증가와 기업 채용 감소 현상은 노동시장 전반의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38만 명으로, 전년 대비 증가폭이 15만 3천 명(1%)에 그쳤다. 이는 ‘카드대란’ 영향을 받은 2004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가입 증가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만8천 명 감소했으며, 내국인 가입자 감소세는 1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건설업은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19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더불어 워크넷을 통한 구인배수(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도 0.4에 불과해 취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용 트렌드 역시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채용이 주류로 자리 잡고, 경력 있는 신입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