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원 직원이 성과급으로 1억 4,820만원을 받는다. 월급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한꺼번에 통장에 꽂힌다. SK하이닉스가 5일 전 직원 3만 3천여명에게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률은 무려 2,964%다. 1인당 평균 1억 4천만원에 달하는 이번 성과급은 기존 상한선(1,000%)을 완전히 폐지한 새로운 보상 체계의 첫 결과물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 1,467억원, 영업이익 47조 2,063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공급처로 부상한 결과다. 회사는 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이번 ‘보상 폭탄’은 단순한 실적 배분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인재 전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는 물론, TSMC 등 해외 기업들과의 인재 쟁탈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SK하이닉스가 선제적 카드를 꺼낸 셈이다.
영업이익 10% 재원, 2년 이연 지급 구조
새로운 PS 제도의 핵심은 ‘투명성’과 ‘지속성’이다. 지난해 하반기 노사가 합의한 새 기준은 기존 최대 1,000% 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재원으로 활용한다.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즉시 지급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이연 지급된다.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직급과 근속연수, 개인 성과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고연차 직원이나 고과 우수자는 2억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6% 임금 인상과 자사주 매입 시 15% 추가 현금 지급 옵션까지 더해지면서, 실질적인 보상 규모는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업이익 연동 방식은 직원들에게 명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 재직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반도체 업황 사이클을 고려할 때 이연 지급 구조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 박탈감”…삼성전자와 격차 벌어져
SK하이닉스의 파격 보상은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 성과급을 연봉의 47%까지 끌어올렸지만, SK하이닉스의 투명한 산정 기준과 비교하면 “깜깜이 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면서, 인재 유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와 보상의 미묘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반도체 기업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6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00조원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이 경우 1인당 평균 성과급이 3억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AI 반도체 경쟁, 인재가 승부처
SK하이닉스의 공격적 보상 전략 배경에는 AI 반도체 경쟁 본격화가 자리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설비 투자와 함께 핵심 인재 확보·유지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며 “우수 인재에게 차별화된 보상을 적용하는 보상 체계는 반도체 인재 유출을 막고, 글로벌 핵심 인재를 확보해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은 ‘인재와 투자의 두 바퀴’로 움직인다. 어느 한쪽이 부족해도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다. 특히 의료계 등 타 분야로의 인재 이탈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보상 상향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한편 3만 3천여명의 직원이 평균 1억 4천만원씩 받으면 총 4조 6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이는 부동산, 소비재 등 연관 산업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