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乙)인 줄 알았는데”.…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보낸 다급한 ‘긴급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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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삼성전자에 HBM4 공급 요청
엔비디아, 삼성전자/출처-뉴스1

AI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품질 검사 완료 전부터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2월 초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삼성전자에 신뢰성 평가 등 최종 품질 테스트를 마무리하기 전부터 HBM4 출하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2월 중 HBM4 양산 출하를 목표로 최종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검증 절차를 건너뛰고 물량 확보를 서두르는 것은 AMD, 구글 등 AI 반도체 경쟁사들의 추격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AI 칩 ‘루빈’의 조기 출시를 위한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승인에 일희일비하던 삼성전자의 입장이 한 세대 만에 역전된 셈이다.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병목’을 쥐게 되면서 협상력이 급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HBM 없인 AI 칩도 무용지물… 한국 기업이 공급망 핵심 장악

엔비디아, 삼성전자에 HBM4 공급 요청
삼성전자 HBM4/출처-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는 AI 경쟁 심화가 만든 구조적 전환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뛰어난 GPU라도 초고속 메모리 공급 없이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HBM 확보가 AI 칩 출시, 데이터센터 증설과 직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쥐게 됐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4%, 삼성전자는 28%의 점유율을 차지해 양사가 82%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지난 1월 31일 대만 공급망 기업 경영자들과의 만찬에서 “올해는 메모리가 정말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요가 워낙 많아 전체 공급망이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밝혔다.

메모리 기업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메모리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소비자용 D램 가격은 2025년 1월 1.35달러에서 2026년 1월 11.5달러로 750%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2.18달러에서 9.46달러로 333% 상승했다.

영업이익 4~5배 급증… ‘메모리 슈퍼사이클’ 본격화

엔비디아, 삼성전자에 HBM4 공급 요청
‘Bett 2026’ 삼성전자 전시 공간/출처-뉴스1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위상 변화는 실적 전망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각각 245조원, 179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영업이익인 43조6000억원, 47조2000억원 대비 4~5배 증가한 수치다.

모건스탠리는 “2026년 양사 모두 전례 없는 공급 제약 단계에 진입했고 올해 전체 메모리 물량은 완판된 상태”라며 “과거와 비교해 자본 효율성이 높고 고마진 구조가 정착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입지가 파운드리 시장의 TSMC와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습은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대다수를 차지해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TSMC를 보는 것 같다”며 “AI 시대에 엔비디아 GPU가 필수 자산이었는데, 이것이 메모리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맞춤형 메모리 시대… 한국 기업의 영향력 더 커질 것

엔비디아, 삼성전자에 HBM4 공급 요청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출처-삼성전자, 연합뉴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AIST 김정호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가 점차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바뀌면서, 뛰어난 설계·생산 능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AI 시대에는 메모리가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부터 최고 속도 11.7Gbps의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 세계 최초로 HBM4 샘플을 공급했으며, 같은 해 9월 양산 체계를 구축해 현재 고객 요청 물량을 생산 중이다. 양사는 평택 P4 라인과 청주 M15X 클린룸 등 생산 시설 확충도 가속화하고 있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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