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후과학계에 비상이 걸렸다. 2023~2024년 사상 최고 기온을 끌어올렸던 엘니뇨가 불과 2년 만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여름 엘니뇨 발생 확률을 80%로 전망했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연말까지 엘니뇨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미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도 높은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한 상태다.
“1.5℃ 마지노선 붕괴” 이후 첫 엘니뇨 재도래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엘니뇨가 다시 온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2024년 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5℃ 높아져, 파리협정이 설정한 ‘1.5℃ 마지노선’을 사실상 넘어섰다.
WMO는 최신 5개년 기후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5년 안에 이 기록이 또 한 번 경신될 확률을 86%로 제시했다. 기후변화로 이미 뜨거워진 지구 위에 엘니뇨라는 ‘자연 증폭기’가 다시 얹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반도,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뜨거워진다
WMO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한반도 평균기온은 과거 평년 대비 약 1.4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같은 기간 지구 전체 평균 상승폭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동아시아 지역이 2024년 기록을 넘어설 확률은 92%, 한반도에 한정하면 68%로 나타난다. 한국이 결코 기후 위기의 예외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숫자가 직접 말하고 있다. 올해 봄 전국 평균기온은 13.3℃로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고, 5월 평균기온은 1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폭염·집중호우·기습 한파… 삼중 위기의 시대
엘니뇨가 발생하면 서태평양과 필리핀해 부근 대기 순환이 바뀌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폭염과 열대야가 늘고, 대기 중 수증기 증가로 강한 집중호우 가능성도 커진다.
동시에 북극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약 3.5배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경우 북극 한파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겨울철 기습 한파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름엔 엘니뇨발 기록적 폭염, 겨울엔 제트기류 붕괴로 이상 한파라는 이중 극단기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여름 기후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발달 정도, 인도양·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티베트고원 적설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므로 엘니뇨만으로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WMO 기후학자 멜리사 시브룩은 “기후는 온난화되고 있고 지구 평균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엘니뇨의 진짜 위험은 ‘강도’ 그 자체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이미 높아진 기본 기온 위에 엘니뇨가 다시 덮치면서, 폭염·집중호우·열대야 같은 극한기상이 더 강하게, 더 자주 나타나는 시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반도가 지구 평균의 두 배 속도로 뜨거워지는 지금, 기후 대응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