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것도 서러운데 “여보, 이제 어디로 가지”… 벼랑 끝 내몰린 서민들, 대체 왜

서울 아파트 월세
역대 최고가 경신
정부 규제가 부른 나비효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월세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세난을 피하려던 세입자들이 오히려 감당하기 힘든 월세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의 과열을 잡기 위해 내놓은 강력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정책이 예상치 못한 주거비 폭등이라는 ‘나비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세 매물 ‘증발’과 월세 폭등의 역설

한국부동산원이 2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44만 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1월 대비 약 10만 원 상승한 수치이다. 같은 시기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 역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101.51을 기록하며 월세 가격 오름세가 심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월세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전세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3만 1천814건에서 19일 기준 2만 4천542건으로 22.9%나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 수요가 위축되자,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을 유지하거나 갱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중은 44%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신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전세 품귀 현상을 낳고, 결국 전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규제 강화가 부른 전세 불안의 심화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러한 전세 시장의 불안을 더욱 확산시킬 전망이다.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고 2년 실거주 의무가 추가 적용되면서 임대 목적의 주택 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임대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세난 심화와 임차인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임대 공급 자체가 줄어들면서 임차인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주간 평균 0.17% 상승하며 37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성동구 금호동 등의 주요 기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세 매물이 단 2건에 불과할 정도로 귀해졌고, 가격이 수천만 원 단위로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더욱이 내년부터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 6천 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4천2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세 전환 가속화와 추가 정책 변수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까지 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하거나 실거주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져 전세 물량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부터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 6천 가구의 10분의 1 수준인 4천2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