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마저 눈 뜨고 당했다” 中 공격 거세지는데… 속수무책 상황에 ‘초비상’

중국 기업들의 기술 탈취로 골머리
국내 기업들 소송으로 맞서지만
처벌 약해 실효성 의문

한국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이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증가하는 산업스파이 범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은 이뤄지지 않아 국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첨단기술 보호 울타리에 구멍 뚫린 한국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BOE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OLED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ITC는 지난달 예비 판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뛰어난 보안 조치에도 BOE가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해 사용했다”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실질적 피해와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최종 판결은 11월에 나올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ITC는 BOE에 약 15년간 미국 시장에 OLED 패널 수입을 금지하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늘어나는 기술 유출, ‘깜깜이’ 통계와 지능화되는 수법

이런 가운데 국내 기술 유출 실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기술 유출 검거 사건은 27건으로 2021년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년간 12건→22건→27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체 기술 유출 사건 중 해외 유출 사건의 비중은 2022~2023년 10%대에서 지난해 22.0%로 급증했다.

대검찰청은 최근 5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에 따른 피해액이 약 23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스파이 범죄가 점점 지능화되면서 수사당국이나 피해기업이 적발하는 사건 외에 전체 유출 규모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만은 ‘간첩죄’ 적용,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사법당국의 미약한 처벌은 기술 유출 방지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공판 33건 중 무죄 또는 집행유예 비율이 87.8%에 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해 기술 유출 범죄 양형 기준을 최대 18년까지 상향했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의 사건이 집행유예로 끝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주요 경쟁국들은 기술 보호에 훨씬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만은 2022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국가핵심기술의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누설하면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 액수에 따라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다.

이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처벌 조항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범죄의 형량을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벌금은 15억 원에서 65억 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일반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처벌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한국의 핵심 기술 보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기술 유출이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체계적인 예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