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더니 “날벼락 맞았다”… 갈 곳 잃은 서민들 ‘결국’

초강력 규제에도 집값 폭등
매매 멈추자 전세값 치솟아
무주택 서민 고통 극심화

정부가 투기를 막기 위해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치솟는 역설이 발생했다.

매매 시장이 사실상 ‘거래 동결’ 상태에 빠지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로 밀려들었고, 이로 인해 전셋값마저 급등하며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이 극에 달했다.

잇따른 규제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규제 무색하게 ‘역대 최고’ 상승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강력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50% 상승하며, 2013년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으로 환산 시 26%에 달하는 폭등이다. 특히 규제 시행 직전까지 거래가 집중된 성동구, 광진구 등 한강 벨트 지역은 주간 상승률이 1%를 웃돌며 폭등세를 주도했다.

이 같은 급등세는 규제 발효 전 5일간의 정책 공백과 더불어 정부 정책이 공급 부족 등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신이 합쳐진 결과로 분석된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서진형 교수는 주택 공급 불안정과 전월세 시장 불안정 등의 요인으로 “결국 매매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거래 ‘절벽’, 전세 ‘품귀’…서민 부담 가중

고강도 대책 이후 주택 거래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직전 일주일 대비 85.3% 급감했다.

대출 한도 축소와 갭투자 금지로 인해 실수요자들마저 주저앉으며 시장은 사실상 동결 상태에 진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대책 발표 당일(15일) 대비 9.5%가 줄어드는 매물 실종 현상까지 나타났다.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오르며 약 1년 만에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는 두 달 만에 전세 실거래가가 15%나 급등한 사례도 보고되었으며, 마포구 단지 역시 매물이 3건에 불과하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제주대 경제학과 정수연 교수는 “현금 부자 아니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수준의 규제가 전월세가 급등하는 부작용의 시작”이라며, “전세난 장기화로 무주택 서민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공공임대 경쟁률 ‘최고치’

주택 구매 문턱과 전세난이 높아지자,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며 경쟁률마저 치솟았다.

24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지난 9월 ‘공공·주거환경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결과 평균 경쟁률은 31.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영등포구의 ‘당산SH빌’ 59㎡ 1가구 모집에는 2,269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월용청약연구소 박지민 대표는 “주택 구매 대출 시 실거주 의무로 전월세 매물은 줄고, 시세 대비 저렴한 공공임대에 수요가 역세권을 중심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월세난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되면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04만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 심화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