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내려앉았는데 “돈 풀면 안 된다”… 韓 향한 섬뜩한 경고, 대체 왜

건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책의 함정
일본의 전철 밟나 우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정부가 건설 투자로 경기 부양을 꾀하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은행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내 건설 경기가 이미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의 경고는 정책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건설 부양책이 부채와 불황을 낳았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일본과 중국 건설투자 장기 부진의 경험·시사점’ 보고서는 일본의 장기 불황 원인을 분석하며 한국에 시사점을 던졌다.

일본은 1990년대 초 경제 거품 붕괴 후 경기 침체에 대응하여 10여 차례에 걸쳐 부양책을 펼쳤는데, 이 핵심에는 도로, 철도, 댐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통한 건설 투자가 있었다.

여기에 정부는 가계의 주택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세제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공공 금융기관의 대출을 확대했다.

한국은행은 장기간 이어진 건설 투자 중심의 부양책이 경기 회복 효과는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경제 체질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특히 가계 부채 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유도 정책으로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는 늘었지만, 지속적인 주택 가격 하락과 부채 상환(디레버리징) 과정에서 가계 소비가 장기간 제약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건설 시장, 역대급 장기 침체 직면

이러한 일본의 전례는 현재 한국 건설시장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2025년 국내 건설업계는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모든 면에서 악화되는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다. 건설 투자는 5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인한 주택 수요 위축과 자잿값·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 증가가 건설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으로 중소·중견 건설사의 재무 위험이 커지면서 일부 업체는 법정관리나 폐업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 전체 건설 투자가 전년 대비 약 5%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며, 4년 연속 감소세라는 역대 최장기간 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전환 필요

이러한 상황에 한국은행은 과거 일본과 현재 중국의 사례를 들어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결국 가계 또는 정부 부채 누적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력이 저하되고 건설 투자의 장기 부진 또한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급격한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의 경험을 참조하여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현 상황에서는 인공지능(AI)이나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고도화와 같은 미래 성장 동력과 연계된 건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만 집착하기보다, 비효율적인 공공 투자 배분을 지양하고 가계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