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죄인 아니에요”… 370만 명 ‘활짝’ 웃게 한 李 정부 대책, 속사정 보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
370만 명에게 찾아온 신용사면
정부, 서민·소상공인 재기 돕는다

“빚을 다 갚아도 한번 찍힌 ‘연체자’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던 한 자영업자의 토로이다.

성실히 빚을 갚아도 한번 남은 연체 기록은 ‘주홍글씨’처럼 남아 대출과 카드 발급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어왔다. 정부가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최대 370만 명에 달하는 서민과 소상공인의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해주는 대규모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빚 갚아도 족쇄…’주홍글씨’ 지운다

이번 조치는 빚 자체를 없애주는 ‘채무 탕감’과는 다르다. 빌린 돈은 원금과 이자까지 모두 갚아야 한다. 다만 돈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연체 기록’, 즉 신용의 ‘벌점’을 깨끗하게 삭제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한번의 실수로 금융 거래가 막혀 재기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겠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발생한 5천만 원 이하의 연체 채무를 올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미 연체 채무를 전액 상환한 257만 7천여 명은 30일부터 즉시 연체 이력이 삭제되는 혜택을 받았다. 아직 빚을 갚지 못한 112만 6천여 명도 올해 연말까지 빚을 모두 갚으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빚을 졌던 이들을 ‘재난 피해자’로 보고 이들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한 특단의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나도 해당될까?…신용점수 40점 ‘껑충’

“과연 나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이다. 이번 신용회복 지원 대상 여부는 신용평가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30일부터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대상자로 확인되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오른다.

금융위가 8월 말까지 연체 금액을 모두 갚은 경우를 분석한 결과, 개인 신용평점은 평균 616점에서 656점으로 40점이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초년생이 많은 20대와 30대의 신용평점이 각각 50점, 42점씩 크게 오르며 청년층의 새 출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의 신용평점 역시 평균 31점(696점→727점) 상승했다.

신용점수 상승은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약 29만 명이 막혔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게 되고, 약 23만 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웠던 개인사업자 약 2만 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를 녹이고 내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대이다.

성실 상환자는 손해?…’도덕적 해이’ 논란

물론 이번 대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빚을 제때 갚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정부가 어려울 때마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조치가 상시적인 혜택이 아닌, 전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한 한시적인 구제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쓰러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건강한 경제 주체로 복귀시키는 것이 결국 사회 전체에 더 큰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쓰러진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정책적 결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