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한 리터에 2,800원을 넘고 휘발유는 2,200원대. 정부가 손을 놓았다면 지난달 주유소 가격표에 붙었을 숫자다. 중동 전쟁 발발 두 달 만에 국내 연료비가 폭등 직전까지 내몰린 셈이다.
정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TF’를 열고, 석유류 최고가격제(정유사 공급가 상한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p)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없었다면 4월 물가상승률은 실제 2.6%가 아닌 3.8%까지 치솟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두 달 만에 물가 2.6%…주요국보다 낮은 이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2.0%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026년 2월 말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직후 3월 2.2%, 4월 2.6%로 상승 폭이 빠르게 확대됐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3월 물가상승률은 미국이 3.3%, 영국 3.4%, 유럽연합(EU)과 독일이 2.8%”라며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국은 3%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한국도 4월 기준 3.8%로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유가 시차 효과…5월 추가 압력 ‘예고’
가격 상승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시차 효과’가 핵심이다. 강 차관보는 “4월 초 석유류 가격이 리터당 1,900원대 초중반을 기록하다 4월 말에는 2,000원 내외로 올라왔다”며 “그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에 4월에 최고가격제가 미치는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소매가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2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 시차 구조상 5월 이후에도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주유소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매점매석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가안정법은 매점매석 행위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별도의 몰수·추징 조항을 두고 있다.
220억 투입·4373개 품목 할인…밥상 물가 총력전
연료비와 함께 소비자가 체감하는 ‘밥상 물가’ 안정에도 재정이 투입된다. 정부는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220억 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최대 50%)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마트, 하나로마트, 롯데마트, 네이버 등이 참여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전반에서 자체 할인 행사도 병행한다.
가공식품은 다음 달 16개사가 4,373개 품목을 최대 58% 할인 판매한다. 최고가격제 해제 시점에 대해 강 차관보는 “중동 전쟁 상황에 달려 있다”며 “추경에 목적 예비비 4조 2,000억 원을 편성하면서 6개월 정도를 강조했기 때문에 당분간 큰 상황 변화가 없다면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