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보증금 ’11억 차이’…전세 이중가격 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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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이중가격 현상
서울 전세 이중가격 현상 /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이중가격’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같은 단지·같은 평형임에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 자료(1월 5일~4월 30일, 74,407건)를 전수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 격차는 중윗값 기준 5,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일부 대단지에서는 동일 평형(전용 84~85㎡) 내 기존 세입자가 7~8억 원대에 갱신 계약을 맺은 반면, 신규 세입자는 19억 원에 계약을 체결해 격차가 11억 원을 초과하기도 했다.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약 6억 8,000만 원, 중위 전셋값은 6억 원을 넘어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가격 현상이 전체 전셋값 상승 압력과 맞물리면서 세입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임대차 2법의 역설…갱신권 소진 세입자 ‘시장가 직격탄’

이중가격의 핵심 원인은 2020년 도입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다. 갱신 계약에는 직전 임대료의 5% 이내 인상 상한이 적용되지만, 신규 계약은 시장 가격에 따라 사실상 제한 없이 책정이 가능하다.

임대차 2법 시행 5~6년 차에 접어든 현재, 갱신권을 이미 한 차례 사용한 세입자들이 순차적으로 보호망을 잃고 시장 가격에 재진입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도 1월 57.1%에서 4월 50.6%로 6.5%p 하락해 갱신 보호를 받는 세입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양도세 중과와 서초 상승 전환
양도세 중과와 서초 상승 전환 / 뉴스1

전세 매물 44% 급감…월세화 가속

전세 매물 부족도 이중가격 심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2만7,000건에서 현재 약 1만5,000건으로 44% 급감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8.39를 기록하며 공급 부족 신호를 보이는 상황이다.

신축 아파트에서 월세·반전세 전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24~2025년 입주한 신축 단지 임대차 거래 중 약 70%가 월세 형태로 이뤄졌으며, 서울 전체 주택 월세 비중은 70.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렴한 갱신 전세가 줄고 소수의 신규 전세가 높은 가격에 계약되면서 시세 전반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도와 임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2026~2027년 충격 본격화…공급 확대만이 해법”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중가격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들이 시장 가격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중가격 확대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세입자 주거비 부담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중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공급이 충분하다면 이 현상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시장 안정의 핵심은 안정적인 공급 확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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