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노동시장에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60대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20대를 추월하면서, 은퇴연령층이 청년층보다 더 버는 시대가 열렸다. 동시에 전체 임금 증가율은 8년 만에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며, 저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은 375만원으로 전년 대비 12만원(3.3%) 증가했다. 이는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2023년(2.7%) 다음으로 낮은 증가율이다. 2022년 6.0%까지 치솟았던 임금 상승률이 2년 연속 급락하면서, 임금 성장의 불안정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중위소득은 288만원으로 평균소득(375만원)과 87만원 차이가 나, 고소득층 쪽으로 소득이 쏠린 현상을 드러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하위 80%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3000만원 안팎에 머물렀으며, 대기업 일자리의 14.6%가 월 1000만원 이상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세대 역전과 ‘잃어버린 청년 소득’
연령대별 평균소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60대와 20대의 순위 역전이다. 60대는 평균 293만원을 받아 271만원인 20대를 22만원 앞질렀다. 국가데이터처가 고령화 시대를 반영해 이번 통계부터 60세 이상을 60대와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한 결과,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연령대별 소득 순위는 40대(469만원), 50대(445만원), 30대(397만원), 60대(293만원), 20대(271만원) 순이었다. 70세 이상은 평균 165만원을 받았다. 특히 전년 대비 증가율에서도 세대 간 격차가 뚜렷했다. 70세 이상(5.8%)과 40대(3.9%), 60대(3.8%), 50대(3.7%)가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반면, 20대(3.0%)와 30대(2.9%)는 가장 낮았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돌봄 수요 증가와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에 따라 70세 이상의 경우 보건·사회복지업에서 보수 증가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년층의 저조한 소득 증가는 초기 경력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근속 20년 이상이 848만원을 받는 반면, 3~5년 미만은 369만원에 그쳐 479만원의 격차가 발생했다. 호봉제 기반 임금 체계가 장기 근속자를 과도하게 우대하는 구조적 문제가 재확인됐다.
대·중소기업 격차, 3년 만에 재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격차도 2024년 2.00배로 전년(1.99배)보다 소폭 확대됐다. 2021년 2.12배에서 3년간 축소 추세를 보이다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대기업은 613만원으로 전년보다 20만원(3.3%) 늘었고, 중소기업은 307만원으로 9만원(3.0%) 증가에 그쳤다. 절대 격차는 306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 근속연수가 2020년 대비 0.48년 증가하면서 호봉제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이 제한적이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가데이터처는 “2024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른 년도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고, 최저임금도 크게 오르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성별 격차는 남성(442만원)이 여성(289만원)의 1.5배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남녀 모두 3.6%의 동일한 증가율을 보였지만, 절대 격차(153만원)는 여전히 크고 개선 추세가 주춤한 상태다. 여성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289만원에 머무르면서 근로빈곤층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별 ‘4배 양극화’와 구조적 저성장
산업별로는 금융·보험업이 77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이 699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188만원으로 최저 수준이었고, 협회·단체·기타 개인 서비스업도 229만원에 그쳤다. 금융업과 숙박·음식점업의 격차는 4.1배에 달해, 서비스업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관광업 회복에도 불구하고 숙박·음식점 소득이 최저 수준인 점은 고용의 질 문제를 드러낸다. 일부 업종에서만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국제·외국기관(5.5%)과 광업(4.8%) 등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저성장 기조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4년의 낮은 임금 증가율이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제한적이었고, 중소기업과 청년층의 소득 개선이 지체되면서 전체 임금 성장이 발목을 잡혔다는 것이다. 세대 간, 기업 규모별, 산업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임금 성장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