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오르내리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 도매가격 상한을 또다시 동결했다. 이로써 3월 27일 이후 10주간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도매가격이 사실상 고정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0시부터 적용되는 ‘6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공급되는 도매가는 휘발유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각각 유지된다.
물가 부담에 동결 선택…’누적 인상 요인’은 여전히 남아
산업부는 동결 배경에 대해 “5차 최고가격 지정 이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서도, “최고가격 도입 이후 누적 인상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석유 가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민생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 물가·민생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제품 판매량은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휘발유 판매량은 2%, 경유는 6% 줄었으며, 최고가격 시행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휘발유 3%, 경유 8% 각각 감소했다.
조정 주기 2주→4주 확대…중동 상황 급변 시엔 수시 조정
정부는 이번에 최고가격 조정 주기를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주유소 사업자의 재고 관리와 생계형 운전자의 경제활동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외 조항도 명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중동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4주 주기와 무관하게 최고가격을 신속히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조정 주기 연장이 단기 안정성을 높이는 반면, 국제유가 급등 시 국내 가격 반응이 느려지는 양면성을 가진다고 지적한다.
정유사 손실 정산은 7월 이후…’수출 기대이익’은 보전 제외
정부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발생한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산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첫 정산 대상은 3월 13일부터 6월 13일까지 발생한 손실이며, 분기 단위로 이뤄진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손실 정산 기준 고시를 5월 말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업의 회계 정산 준비와 검증 과정을 고려하면 실질적 정산은 7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전 범위와 관련해 정부는 “도입 비용·감가상각비·간접비 등 실제 발생 비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수출을 통해 기대할 수 있었던 이익은 보전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검증과 심사는 외부 회계법인과 전문가로 구성될 ‘최고액정산위원회’가 맡을 예정이며, 현재 위원 구성을 위한 후보 물색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가 산정 기준을 놓고 정부와 정유사 간 쟁점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