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된 지 열흘 남짓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이 3600건 넘게 사라졌다. 100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3~4개가 통째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맞먹는 규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5월 10일 중과 재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 6914건에서 6만 3227건으로 줄었다. 감소율 5.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매물 감소와 동시에 집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시장까지 불안해지면서 시장 전반에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국면이다.
강남3구·한강벨트, 매물 감소 두드러져
핵심 지역일수록 매물 감소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서초구 매물은 8365건에서 7402건으로 11.6% 줄었고, 마포구도 7.7% 감소했다. 강남구(-4.7%), 송파구(-3.9%), 용산구(-4.8%), 성동구(-2.8%)도 동반 감소했다.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임대 전환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요건을 완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했지만, 중과 재개 이후 신규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앞서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5월 9일 기준 서울 매물은 6만 8495건이었으나, 사흘 뒤인 12일에는 6만 3985건으로 4510건(-6.6%)이 급감한 바 있다. 중과 재개 전후로 매물 감소 압력이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집값 3주 연속 상승폭 확대…비강남·경기까지 ‘키 맞추기’
5월 3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올라 3주 연속 상승 폭을 키웠다. 강남3구는 재건축·정비사업 기대감에 상승 폭을 확대했고, 성북·강북·강서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도 0.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핵심지에서 밀려난 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중하위 지역으로 번지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다. 경기 반도체 벨트 배후 주거지도 강세를 이어갔다. 화성 동탄(+0.46%), 성남 일대(+0.47%), 용인 수지(+0.38%), 수원 영통(+0.35%) 등이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와 광역교통망 호재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2만 4369건에서 올해 5월 20일 기준 1만 7158건으로 7개월 새 30.1% 급감한 상태다. 서울 전셋값은 0.29%, 경기 광명은 0.72% 올랐다.
“매물 잠김 불가피…전세 불안 시 상승 압력 예상보다 커질 것”
전세 물건이 줄면서 임차인의 매수 전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워낙 적다 보니 세입자들도 ‘차라리 이번에 작은 평수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최근 한 달 새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재개가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잠김과 가격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다시 시작된 이상 매물 잠김은 불가피하다”며 “전세시장까지 불안해질 경우 집값 상승 압력이 정부 의도보다 훨씬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6만 건대인 서울 매물 총량이 5만 건대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축 입주 물량의 구조적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매물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