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고용시장이 이중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6년 1월 비농업 일자리가 13만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5만5천명)을 2.4배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발표된 2025년 연간 고용 확정치는 충격적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표면적 호재 이면에 감춰진 구조적 약화 신호가 금리 정책과 증시 방향성에 복합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노동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3만명 증가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4만8천명) 대비 증가폭이 대폭 확대된 것은 물론, 다우존스 집계 전망치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4.3%로 한 달 전(4.4%)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시장 예상(0.3%)을 상회했다.
헬스케어 주도 고용 증가, 연방정부는 3만4천명 감소
부문별로는 헬스케어가 8만2천명 증가하며 1월 고용 증가를 견인했다. 사회지원(4만2천명)과 건설(3만3천명) 부문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연방정부 고용은 3만4천명 감소하며 전체 증가폭을 일부 상쇄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2.5%로 전월(62.4%)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1월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탄탄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극심한 둔화를 겪은 이후의 반등이라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5년 연간 고용, 89만명→18만명으로 ’71만명 증발’
이번 발표에서 더 충격적인 내용은 2025년 연간 고용통계의 벤치마크 수정치다. 미국 고용통계는 표본조사 기반 속보(CES)를 먼저 발표한 후, 고용보험 기록을 활용한 전수조사로 연말에 확정치를 발표한다. 이번 벤치마크 수정 결과, 2025년 1년간 미국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당초 89만8천명에서 18만1천명으로 71만7천명이나 하향 조정됐다.
이는 2025년 한 해 월평균 고용 증가가 겨우 1만5천명에 그쳤다는 의미다. 연초 월 20만명 이상 증가하던 고용이 연말로 갈수록 급격히 둔화됐고, 표본조사가 실제 고용 상황을 크게 과대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벤치마크 수정 폭은 2025년 9월 발표한 잠정치(91만1천명 하향)보다는 축소됐다.
“해고도 채용도 없다”… 금리인하 기대 급냉각
시장은 1월의 강한 고용지표를 놓고 이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착륙 우려를 해소하는 긍정적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2025년 수정치의 심각성과 함께 고용시장이 일명 ‘해고도 없고 채용도 없는(no hire, no fire)’ 정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리 정책에는 명확한 영향이 나타났다. 강한 고용지표가 발표된 직후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동결 확률이 80%에서 92%로 하루 만에 12%포인트 급등했다.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국채 가격은 급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1월 고용의 깜짝 증가가 연준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다우지수가 4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고, 나스닥과 S&P 500도 소폭 내렸다. 다만 에너지와 소재주는 2% 이상 상승하며 업종별 분화가 뚜렷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3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금리 인하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꼽으며, 인플레이션 추이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