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률 수치는 개선되는데 삶은 왜 더 팍팍할까.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2026년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면서도, 동시에 산업 간 양극화와 체감경기 괴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를 함께 내놓았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20일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화두로 반도체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KB금융은 1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1.7% 성장한 점을 근거로, 2분기 이후 분기 성장률이 0%에 그치더라도 연간 성장률은 약 2.5%를 기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 역대 최대 전망…반도체가 수출 견인
우리금융은 2026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한국은행이 올해 2월에 제시한 전망치인 1,7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상품수지를 예상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과 하나금융도 같은 맥락에서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통관수출 증가세 지속을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4월 한국의 총수출은 85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일평균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급증했다. 증가의 핵심 요인은 반도체·컴퓨터 수출이었다.
신한금융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수요 강세가 수출과 설비투자의 양호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제시한 “향후 3년간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러한 낙관론의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반도체 뒤에 숨겨진 그림자”…K자 양극화 심화
그러나 5대 금융지주의 시각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은 “반도체 호조 이면에 비반도체 제조업과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등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외형적 성장세와 체감경기 간 괴리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KB금융도 편중된 수출 구조, 중동 분쟁 장기화, 글로벌 무역 갈등을 성장의 하방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중동 분쟁이 상반기 중 완화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지연을 고려하면 성장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건설·중소기업·자영업 부문은 침체가 계속되는 ‘K자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금리 동결 장기화에 환율 1,500원 시나리오까지
통화정책과 환율 전망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 체제에서도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환율 전망은 한층 더 긴장감을 높인다. 하나금융은 2분기 원/달러 환율이 1,450원~1,520원 구간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환율이 1,500원 내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KB금융은 중동 정세가 안정화되면 국내시장 복귀계좌 유입과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 조정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