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창사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전사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자정을 넘긴 마라톤 협상에도 노사가 최종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20일 오전 10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리는 3차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로 부상했다.
노조는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이며, 21일부터 최장 18일간의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날 협상 결과가 파업 여부는 물론, 정부의 직접 개입 수위까지 결정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자정 넘긴 협상도 ‘한 끗 차이’…메모리 배분이 막판 변수
19일 진행된 2차 사후조정 이틀째 회의에서 노사는 대부분 쟁점에서 입장 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 그러나 ‘메모리 성과급 배분 방식’이라는 단 하나의 쟁점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핵심 대립은 반도체(DS) 부문 내 메모리(흑자)와 비메모리(적자)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문제다. 노조는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반면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사업부별 차등 지급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서는 양측이 상당히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노조는 10년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적용 기간을 5년으로 낮췄다. 사측도 영구 제도화 대신 ‘3년 적용 후 재논의’안을 제시하며 일부 유연성을 보였다.
중노위는 전날 양측 입장을 절충한 조정안도 이미 제시한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조정안은 글로벌 기준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연도에 영업이익의 12%를 특별 포상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적용할 경우 직원 1인당 성과급이 약 5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하나가 의견 일치가 안 됐다”며 “사측이 최종 입장을 정리해 오전 회의에 가져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 나와도 ‘조합원 과반 찬성’ 변수 남아
설령 이날 협상에서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이것이 곧 최종 타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 규약상 잠정 합의안은 재적 조합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조합원 총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합의는 무효가 되며, 이미 확보된 쟁의권을 바탕으로 총파업이 강행될 수 있다. 조합원 투표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늘 협상 결과가 파업 여부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긴급조정권 카드…’강제 합의’ 논란 불씨
정부는 협상 추이를 긴박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삼성전자 파업이 가져올 악영향을 모두가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새벽까지 청사에서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 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모든 쟁의행위는 즉시 중단되고, 30일간 재개가 금지된다. 이후 중노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중재로 넘어가며, 중재재정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민간 제조 대기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수출의 핵심 축으로, DRAM 글로벌 점유율이 약 40%에 달한다는 점에서 생산 차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 정부 논리의 근거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행정부가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