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동시장이 상반된 두 얼굴을 동시에 드러냈다. 2026년 2월 11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고용지표는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였지만, 동시에 공개된 2025년 연간 데이터는 당초 발표치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충격을 안겼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3만명 증가했다. 다우존스 집계 전망치(5만5천명)의 2배를 넘어섰고, 직전달(4만8천명) 대비 증가폭도 대폭 확대됐다. 실업률은 4.3%로 한 달 전(4.4%)보다 낮아졌으며,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월 대비 0.4% 올라 시장 예상(0.3%)을 웃돌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함께 발표된 2025년 연간 고용 재산정 결과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용임금 센서스(QCEW) 자료를 반영한 벤치마크 수정에 따라 2025년 한 해 늘어난 일자리는 89만8천명에서 18만1천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이는 2025년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이 1만5천명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헬스케어 8.2만명 vs 연방정부 -3.4만명
1월 고용 증가를 주도한 것은 헬스케어 부문이었다. 8만2천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었고, 사회지원(4만2천명)과 건설(3만3천명) 부문도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활동참가율도 62.5%로 전월(62.4%)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연방정부 고용은 3만4천명 감소했다. 노동통계국은 이 중 일부가 2025년 정부효율부(DOGE)의 인력 감축 당시 일정 유예기간 후 퇴직 조건으로 사직 권고를 받아들인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과 12월 고용 증가 폭도 각각 1만5천명, 2천명씩 하향 조정됐다.
이번 고용지표는 당초 2월 6일 발표 예정이었으나 연방정부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여파로 5일 지연됐다. 발표를 앞두고 월가에서는 미국 고용 약화 우려가 확산됐었다. 고용정보업체 ADP가 1월 민간기업 고용이 2만2천명 증가에 그쳤다고 발표했고, 2024년 12월 구인 건수가 650만건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수준보다 낮아도 괜찮다”는 백악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발표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인구 증가가 둔화하고 생산성 증가율은 급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익숙한 수준보다 낮은 고용 수치가 이어지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2025년 월평균 고용이 1만5천명으로 하향 조정될 것을 미리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팬데믹 이후 월간 기업조사(표본 조사)와 센서스 자료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노동통계국은 최근 몇 년간 연간 고용 증가 폭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해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8월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한 배경 중 하나이기도 했다.
“채용도 해고도 없는” 노동시장 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이른바 ‘no hire, no fire(채용도 없고 해고도 없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증가 폭은 둔화하지만 실업률은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형국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케이 헤이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는 “노동시장이 다시 긴축되는 조짐을 일부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경제가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지속함에 따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시선은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월 고용 서프라이즈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켰다.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동기 대비 3.7% 올라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했으며, 시장은 2월 13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금리 인하 결정의 분기점으로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