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급락했다. 12일 새벽 2시 야간 거래 종가는 1,447.00원으로, 전날(1,450.10원) 대비 3.10원 떨어졌다. 장중 한때 1,459.30원까지 치솟았지만, 엔화 강세가 거세지면서 12.30원이나 급락한 것이다.
이번 하락으로 환율은 6거래일 만에 1,440원대로 복귀했다. 지난 2월 3일(1,446.60원)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재정 정책 전환 신호가 환율 흐름을 바꾼 ‘변곡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반등이 주도한 환율 하락
환율 급락의 핵심 동인은 엔화 강세였다. 12일 오전 2시 19분 달러-엔 환율은 152.829엔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6일에는 155.6엔까지 떨어지며 6개월 최대 낙폭을 보인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그간 쌓아 올린 엔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캐피털 마켓츠의 마크 챈들러 최고 시장 전략가는 “재정 확대 우려에 따른 엔 약세 지속 기대감에서 비롯된 포지션들이 청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경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슬로건이 있다. 당초 시장은 ‘적극 재정’에 주목하며 엔저를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책임’이라는 단어에 무게를 싣고 있다. 2월 9일 자민당 총선 압승 이후 재정 악화 우려가 진정되면서 엔화 방어 의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역설의 고용지표, 달러 상승 제한
정작 달러 강세를 부추길 만한 재료는 충분했다. 미국 1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3만명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7만명)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7.273까지 치솟았다.
달러-원 환율도 초반에는 이 흐름을 따라 1,459.30원까지 밀려 올라갔다. 하지만 엔화 강세라는 역풍 앞에서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울프 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지표가 노동시장과 경제의 견조함을 시사하지만,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의 금리 인하 요구에 즉각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 심리 개선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 과잉 투자 우려가 진화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세도 유입됐다.
1,440원대 후반 중심 등락 전망
우리은행 민경원 선임연구원은 환율이 “1,445~1,455원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엔화가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재정 악화 우려 진정 영향으로 강세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며 “원화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원화의 복원력은 달러 대비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 연구원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환율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 전체 달러-원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사를 합쳐 186억9천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46.41원, 위안-원 환율은 209.31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