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가 이 돈을 냈다고?”… ‘가랑비’에 주머니 털린 서민들, 무슨 일?

월 5만 원 넘는 구독료
가계 지출의 새로운 영역
절감 위한 노력 본격화

한때 가계 부담을 줄이는 소비로 각광받던 유료 구독 서비스가 이제는 오히려 가정 경제를 압박하는 새로운 고정 지출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부터 쿠팡, 네이버 등의 쇼핑 멤버십까지, 개별적으로는 부담 없어 보이던 월 정액 서비스들이 중첩되면서 예상치 못한 지출 규모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처럼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구독 경제의 그림자에 소비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성인 절반, 매월 5만 원 이상을 구독 서비스에 지출

올해 2월 대한상공회의소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국내 성인 천 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해 발표한 ‘구독서비스 이용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94.8%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3~4개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3개 이상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더욱이 한 달 동안 구독 서비스에 지출하는 총액이 5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전체 이용자의 절반에 가까운 46.6%로 집계됐다.

특히 15만 원을 초과한다는 응답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여, 유료 구독이 사실상 생활 필수 지출 영역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용 서비스 종류는 동영상 스트리밍이 60.8%로 가장 높았으며, 쇼핑 멤버십이 52.4%로 뒤를 이었다.

국민 셋 중 한 명은 넷플릭스, 쿠팡은 그 이상

주요 서비스별 가입자 규모는 구독 경제가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 보여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4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사용자 수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1,299만 명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20세 이상) 세 명 중 한 명꼴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 인덱스가 조사한 올해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넷플릭스 1,406만 명, 티빙 650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쇼핑 분야에서는 쿠팡의 유료 회원(와우 멤버십)이 1,5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어 국내 성인 인구의 약 35%에 해당한다.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인 네이버 플러스는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 서비스의 특징은 가입 후 다음 달에도 구독을 유지하는 비율(리텐션 비율)이 95%를 넘어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계정 공유 막히자, 결합 상품으로 눈 돌려

구독료가 가계에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은 각종 비용 절감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다.

한때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었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해외 저가 우회 가입이나 계정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 등은 점차 그 효력을 잃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유료 OTT 플랫폼 이용자의 계정 공유율은 전년 대비 약 12%포인트 하락하여 57%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OTT 사업자들이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동통신사 결합 상품이나 업체 간 제휴를 통한 번들링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등 타 구독 플랫폼의 혜택을 통합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배달의민족은 무료 배달과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또한 여러 서비스의 결제 내역과 갱신 시점을 알려주는 구독 서비스 관리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늘어난 구독료를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