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글로벌 스마트글래스 시장의 약 70%를 독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구글이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두 기업이 손잡고 내놓은 AI 스마트글래스는 과거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패션’과 ‘AI’라는 두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26’에서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라스 2종을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며, 구체적인 가격과 하드웨어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제품은 삼성전자가 기존에 선보인 헤드셋형 ‘갤럭시 XR’과 달리 일반 안경 형태로 착용하는 스마트글래스로, 삼성전자가 이 제품군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면 없앤 이유…’기계 아닌 안경’으로 보이려면
이번 AI 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스피커, 카메라, 마이크를 내장해 음성 중심의 AI 기능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갤럭시 AI폰의 핵심 기능을 보조하는 컴패니언(동반자) 기기”로 정의했다.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를 호출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길 안내, 주변 카페 추천 및 음료 주문, 메뉴판·표지판 실시간 번역, 메시지 요약 등을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다. 탑재된 카메라로 사용자가 바라보는 장면을 즉시 촬영하고, AI가 수 초 내 이미지를 생성·편집하는 기능도 시연됐다.
삼성·구글이 디스플레이를 과감히 제거한 배경에는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자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를 넣으면 프레임이 두꺼워지고 무게와 발열이 증가해 일상 착용이 어려워진다”며 “메타의 레이벤 스마트글래스 성공이 무디스플레이 전략의 유효성을 이미 증명했다”고 분석한다.
메타 70% 독주에 맞선 ‘연합 전선’
삼성전자와 구글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메타의 전략을 정면으로 벤치마킹했다. 메타가 레이벤, 오클리 등 유명 안경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처럼, 삼성·구글은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미국 직판 안경 브랜드 워비파커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없이는 대중적 확산이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이번 파트너 선택은 정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MX사업부 김정현 부사장은 “삼성의 모바일 리더십과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확장해 더 의미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제조·공급망에 강한 삼성과 OS·AI·맵·검색에 강한 구글의 결합이 메타 독주 구조에 실질적인 견제 세력이 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이번 제품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향후 다른 안드로이드 OEM 제조사들도 유사한 AI 스마트글래스를 내놓을 수 있는 생태계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시장 파급력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구글 글래스의 실패’ 넘을 변수와 과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 처음 공개된 구글 글래스는 카메라 내장에 따른 프라이버시 논란과 어색한 디자인, 높은 가격 등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실패한 전례가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항상 얼굴에 부착된다는 특성상 이번 제품에도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터리 지속 시간과 실제 사용성 간의 간극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구글은 무게, 배터리 용량, 발열 수치 등 핵심 하드웨어 사양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항상 착용하는 AI 기기’라는 슬로건과 실제 사용 경험 사이에 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