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지나면 세금 폭탄?”… 다주택자 238만 명, 지금 비상 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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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서울 아파트 단지/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해 “5월 9일까지 집을 팔라”고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4년간 유예됐던 양도세 중과 면제 혜택이 오는 5월 9일 종료되지만,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와 대출 규제로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월 1일 자신의 엑스(X)에 “다주택자는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 면제하는 마지막 기회를 활용해 감세 혜택 누리며 이번 기회에 (집을) 파시라”고 글을 올렸다. 이날만 비슷한 내용을 세 차례 게시했고, 최근 열흘 간 이틀에 한 번 꼴로 부동산 관련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강경 발언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238만명의 다주택자와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은 취임 1년도 채 안 돼 방향을 급선회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비거주 1주택도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은 이상해 보인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를 시사했고, 다주택자에게는 “버티는 게 이익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보유세 강화를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대출 규제, 토허제에 이어 세제 카드까지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 시즌2’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년 유예 끝나는 양도세 중과, 238만 다주택자 선택의 기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이재명 대통령 엑스 캡쳐/출처-연합뉴스

조정대상지역(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경우, 기본 양도세율(6~45%)에 더해 2주택은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의 가산세가 붙는다. 2022년부터 4년간 유예됐던 이 중과세율이 오는 5월 9일 부활한다. 이 대통령은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추가 연장을 명확히 거부했다.

2024년 11월 기준 전국 다주택자는 237만 7047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1597만 6000명)의 약 15%를 차지한다. 2017년 212만명이던 다주택자는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혜택 확대로 2020년 232만명까지 늘었다가, 윤석열 정부의 세 부담 경감 조치 속에 2024년 238만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정부는 이들이 집을 내놓으면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허제에 묶여 팔 수도 없다”… 현장의 볼멘소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부동산/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부동산 현장에서는 정부의 엄포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허제 탓에 집을 팔려면 세입자부터 내보내야 하는데, 세입자도 대출 규제로 갈 곳이 없어 이사 비용과 위로비 명목으로 집주인이 3000만원을 부담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토허제로 묶고 집을 팔라는 건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다가구 주택을 보유한 60대 이모씨는 “몇 억원하는 빌라를 팔아도 손에 쥐는 게 없다”며 “다주택자도 다주택자 나름인데 모두 투기꾼 취급하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값 오르는 게 세금 부담보다 나을 수 있어 아직은 눈치 보는 이들이 많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1월 29일 발표한 수도권 6만 가구 추가 공급 대책도 당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등 알짜 입지를 두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데다, 착공 시기도 빨라야 2~4년 뒤이기 때문이다.

중저가 아파트 오름세 지속… “공급 확대가 우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
서울 아파트 단지/출처-뉴스1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6년 초 서울·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용인시 수지구(2.14%), 서울 동작구(1.69%), 광명시(1.52%), 관악구(1.48%) 등 중저가 지역에서 오름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강남·한강벨트에 이어 올해는 중저가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는 주말에도 집을 보러 온 신혼부부와 젊은층으로 북적였다. 중개업소 사장은 “당장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을 예상한 실수요자들이 계속 집을 사러 온다”며 “1년 새 24평 아파트가 6억원대로 1억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더니 취임 1년도 안 돼 과거 문재인 정부 대책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며 “시장은 이미 학습 효과가 있어서 대책이 잘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시간이 지나며 외곽 지역은 다주택자 매물이 꽤 나올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 안정보다는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지나친 수요 억제와 다주택자 때려잡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공급을 최대한 늘릴지를 강구해야 한다”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양도세도 중과(2주택 20%p·3주택 이상 30%p 가산) 자체가 과도한 만큼 기본세율(6~45%)만 매겨야 어느 때든 시장에 매물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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