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는 반값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배짱 장사’, 알고 보니 이런 비밀이

3년 새 44% 폭등한 빵값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울상
빵플레이션의 진실은?

“베이글 하나에 거의 5000원인데, 사장님은 폐업을 걱정한다.” 믿기 힘든 이 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 빵집의 현실이다.

빵값이 무섭게 치솟는 ‘빵플레이션‘ 현상 속에서 소비자는 지갑 열기를 두려워하고, 자영업자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밥상 물가 위협하는 ‘금빵’ 시대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량 상위권에 오른 베이글의 중위가격은 3년 전과 비교해 무려 44%나 폭등해 4900원에 육박했다.

가장 인기 있는 소금빵 역시 30% 뛰어 3000원대 중반이 기본값이 됐다. 한 끼 식사로 즐겨 찾는 샌드위치도 32% 올라 8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같은 기간 평균 빵값 상승률(19.4%)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특정 인기 품목의 가격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제과업계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KCD에 따르면, ‘베이커리·제과점’ 업종은 지난 2년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다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보다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오르면 내리지 않는 가격, 진짜 원인은?

빵값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는 높은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빵·과자류의 국산 원료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특히 주재료인 밀의 자급률은 1.1% 수준으로, 환율이나 국제 정세에 가격이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내릴 때 제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언론을 통해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할 때 가격을 올려놓고, 이후 안정돼도 가격 조정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해외 통계는 한국의 빵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 식빵 가격은 OECD 38개국 중 수년째 최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위 의뢰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홍연아 공주대 교수는 “한국은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권과 달리, 고급화된 디저트 빵 시장이 발달해 평균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 디저트였던 빵이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 것도 ‘빵플레이션’ 체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결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자영업자들은 치솟는 비용에 신음하는 ‘빵플레이션’의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