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수십 년 만의 ‘대반전’ 이뤄낸 K-기업, 비결은?

기술의 본고장 미국으로의 역수출
한국, 발전소 핵심 기술 강국으로 도약
인공지능 시대가 열어준 새로운 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됐다. 발전소의 심장이라 불리는 ‘가스터빈’을 기술의 본고장인 미국에 역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13일, 미국의 한 빅테크 기업에 380MW급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한민국 발전 산업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기술 장벽 넘은 쾌거, 가스터빈 종주국을 뚫다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처럼 고온·고압의 가스를 태워 거대한 날개(터빈)를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핵심 중의 핵심 설비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일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기술의 집약체로, 그동안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미쓰비시 등 소수의 선진국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해왔다.

특히 미국은 이 기술의 원조이자 최대 시장으로 ‘종주국’이라 불린다. 이 때문에 한국은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가스터빈을 수입해야만 했다.

단순히 기계를 사 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부품 교체와 유지보수까지 해외 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러한 기술 종속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 바로 두산에너빌리티다. 2019년,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힘을 합친 끝에 끈질긴 연구개발을 거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 5천 시간에 달하는 실증 운전을 마쳤다.

AI가 부른 전력난, 두산에겐 기회

이번 계약의 결정적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있다. 최근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엄청난 양의 전기를 24시간 내내 소비한다.

기존의 국가 전력망만으로는 이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데이터센터는 단 1초의 정전도 허용되지 않기에, 안정적인 자체 전력 공급원이 절실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짧은 기간에 건설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즉시 가동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가스터빈이 최적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미국 현지에 있는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를 통해 고장 수리나 부품 교체 같은 까다로운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이 가스터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전환점”이라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켜 더 넓은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