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한 우물 파더니 “드디어 잭팟?”… 490조 황금시장에 업계 ‘발칵’

AI 시대, 전기 수요가 불러온 나비효과
잠자던 거인, 원자력의 화려한 부활 선언
K-원전의 선봉, 현대건설이 세계 무대로

“인공지능(AI)이 전기를 먹는 하마가 될 줄이야.”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AI 기술의 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전기를 소모하는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있다.

이 전력난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한동안 주춤했던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주목받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미국에서 초대형 원전 사업의 첫 삽을 뜨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AI 시대, 거대한 전력 수요의 등장

최근 전 세계를 휩쓰는 AI 열풍은 막대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거대한 공장과 같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까지 가동되면서 전력 소비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은 원자력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9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미국 내에서 AI 데이터센터 등을 위한 원자력 발전에 약 3,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9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건설, 텍사스 심장부에 깃발을 꽂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현대건설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건설은 지난 26일, 미국 에너지 개발사 ‘페르미 아메리카’가 텍사스주에 조성하는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내 대형 원전 4기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미국 본토의 대형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최초의 사례다.

‘기본설계’는 건물로 치면 전체적인 뼈대와 구조를 그리는 청사진 작업에 해당한다.

본공사에 앞서 부지 계획, 냉각 방식, 예산과 공사 기간 등을 구체화하는 핵심 단계로, 이 설계를 맡았다는 것은 기술력과 사업수행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현대건설은 내년 상반기 본공사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급성장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이번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71년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34기의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도 마련하는 등 미래 에너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이번 미국 대형 원전 사업 참여는 대형 원전의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은 물론, SMR과 원전 해체 사업까지 아우르는 ‘원전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건설의 큰 그림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