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일만 남았다더니” 순식간에 ‘폭삭’… 찬바람에도 여유로운 전문가들, 대체 왜?

국제 금값 단기 조정
온스당 4000달러선 붕괴
장기적 5000달러 전망은 유지

최근 치솟던 국제 금값이 급작스럽게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투자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안전자산 확보에 나섰던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 가능성에 초조해하는 사이,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된 조정이라며 오히려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과 연준의 금리 결정이라는 변수가 맞물린 상황에서, 금 시장은 단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긴장 완화 기대에 금값 3주 만에 최저

국제 금값은 이달 초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한 뒤 20일에는 4381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9% 내린 온스당 3991.39달러에 거래되는 등 불과 일주일 만에 9% 넘게 급락했다.

28일(현지시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6일 이후 약 3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단기 조정은 미중 간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앞서 25일부터 26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에서는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부과 보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미중 갈등 봉합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키트코 메탈의 짐 위코프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 긴장이 실제로 완화된 것은 안전자산인 금 가격에 부정적인 이벤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일시적 조정”, 내년 5000달러 낙관론

투자자들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세를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건전한 조정 국면’으로 평가하며 장기적인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폴 피셔 런던금시장협회(LBMA) 의장은 “지난주 금값 하락은 투기적 포지션을 정리하며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중요한 움직임이었다”며 조정이 끝나면 다시 상승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니콜라스 프래펠 호주 ABC 정련소 글로벌 기관시장 총괄은 현재는 명백한 조정 국면이라며, 금값이 단기적으로 온스당 370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고점을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단기 조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고, 실질 금리가 낮아지면서 금의 가치 보존 기능이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금 거래 ‘음성화’ 우려, 과세 사각지대 확대

금값의 급등락 속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현상은 투자자들의 거래 행태 변화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골드바 무기명 현금거래 규모도 급증해 과세 사각지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27일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올해 9월 말까지 210억 4,100만 원 규모의 골드바를 무기명 현금거래로 판매했다.

무기명 현금거래란 고객이 현금으로 대금을 치르고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골드바 무기명 현금거래 규모는 2021년 이후 최대로, 연말까지 3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폐공사는 고객 정보를 국세청 등과 공유하지는 않아 이러한 거래가 탈세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음성 거래를 줄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