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서울 도착한 외국인들 ‘헛걸음 했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외국인 관광객은 밀려오지만
서울 숙소는 5년새 고작 2.9% 늘어
낡은 규제에 묶인 공유숙박, 불법만 판쳐

“한국이 좋아서 왔는데, 정작 잠잘 곳이 없어요.”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맞이할 숙박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2030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해 온 사실까지 드러나며 숙박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공유숙박, 불법만 키웠다

외래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의 94% 수준까지 회복했고, 올해는 2000만 명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숙박 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관광숙박시설 객실은 지난 5년간 7% 증가에 그쳤다.

특히 서울은 2.9% 늘어나는 데 그쳤고, 강원(-3.7%)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한 미등록 불법 숙소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2014년 도입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제도가 10년째 내국인 이용을 금지하고, ‘주민 동의’와 ‘실거주 의무’ 같은 비현실적 규제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려야 할 수가 없어 불법이 합법을 대체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정부의 부실한 예측, 대란 불렀다

숙박 시설 부족 문제는 정부의 안일한 수요 예측이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숙박시설 수급 분석에서 객실 증가율이 아닌 사업체 수 증가율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2026년 숙박시설이 남아돌 것이라는 잘못된 예측을 내놓았고, 문체부는 이를 검증 없이 승인했다.

감사원이 이를 바로잡아 재산정한 결과, 2026년에는 관광호텔 객실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올해부터 ‘예약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빗나간 예측이 숙박 대란을 부채질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공유숙박 제도화를 미룰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신고만으로 연 180일 영업이 가능하며, 프랑스 파리는 등록된 공유숙소만 6만 곳이 넘는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이 합리적 규제를 통해 숙박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한국만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영대 세종대 교수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주민동의’ 같은 과도한 규제는 시급히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음성원 국민대 겸임교수는 “관광특구나 인구 유입이 시급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