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아니겠지?” 안심하는 순간 ‘쾅’… 부모들만 ‘덜덜’, 대체 언제까지?

인도를 점령한 무법자들
법과 현실의 위험한 괴리
당신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인천에서 어린 딸과 산책하던 30대 여성이 중학생들이 탄 전동 킥보드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와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협하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을 가리켜 ‘킥라니’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도로 위 고라니처럼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면허 없이도 OK? 구멍 뚫린 법과 제도

전동 킥보드는 법적으로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된다. 이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있어야만 탈 수 있다는 의미다.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이 가능하므로, 중학생이 킥보드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학교 3학년 A 씨는 “앱에서 운전면허는 나중에 등록해도 바로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가 킥보드를 타던 곳은 서울시가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한 곳과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장소였지만,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개인형 이동장치 무면허 운전 3만 5천여 건 중 절반 이상인 55%가 19세 이하 청소년이었다.

가족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허술한 대여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너무나 쉽게 도로 위 폭탄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 사이에 퍼진 위험한 안전 불감증이다. 이들은 한 대의 킥보드에 두세 명이 함께 타는 ‘이치기’, ‘삼치기’와 같은 위험한 곡예 운전도 서슴지 않는다.

한 명만 요금을 내고 여럿이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지만, 이는 사고 발생 시 훨씬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이제는 막아야

잇따른 사고에 뒤늦게나마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지난 29일, 공유 킥보드 업체가 이용자의 연령과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업체가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업 정지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정 의원은 인천에서 발생한 사고를 언급하며, “면허 소지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라고 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과 같은 임시방편이 아닌, 면허 인증 강화와 지속적인 단속,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인 안전 교육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이, 오늘도 도로 위 시한폭탄은 아슬아슬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