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가 따로 없다”, “혹시 우리 손주도?”… 방치된 허점에 결국 ‘칼’ 빼든 경찰

10대 무면허 운전
적발자 절반 넘어
업체 방조죄 검토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생활 깊숙이 파고든 개인형 이동장치(PM) 전동 킥보드가 결국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인천에서 중학생 2명이 타던 전동킥보드에 어린 딸을 보호하려던 30대 여성이 치여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업체의 무면허 운전 방조 행위에 대해 적극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허술한 면허 확인 시스템이 부른 참사

경찰청이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된 3만 5천382건 중 19세 이하 청소년이 55.1%인 1만 9천513건을 차지했다.

현행법상 PM을 운행하려면 만 16세 이상이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면허가 없는 10대들이 가족의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대여 업체가 제공하는 허점을 이용해 손쉽게 킥보드를 빌리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이러한 무면허 운전은 치명적인 사고로 직결된다. 2024년 PM 교통사고는 2천232건이 발생해 23명의 사망자와 2천486명의 부상자를 냈다.

최근 3년간 PM 교통사고 7천여 건 가운데 무면허 운전으로 발생한 사고가 절반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 PM 뺑소니 운전 147건 중 55.8%를 10대가 저지른 사실은 청소년들의 교통 안전 의식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

2021년 7천164건이던 무면허 운전 적발 건수는 업체들의 ‘면허 확인 시스템’ 운영 중단 직후인 2022년에 3배 가까이 폭증했다.

무면허 방조 업체에 대한 강력 대응 예고

청소년들의 불법 운전이 지속되는 핵심 원인으로 업체의 ‘면허 회피’ 유도 행위가 지목되었다.

경찰은 일부 업체가 ‘다음에 인증하기’ 등의 편의 기능을 안내하며 사실상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을 방조했다고 지적한다.

무면허 운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운전면허 확인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범죄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행위와 같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청소년 무면허 운전을 방치한 대여 업체에 대해 형법상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소년 무면허 운전이 공공연한데도 확인 절차가 없는 플랫폼은 무면허 운전이라는 범죄의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형법상 방조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청은 PM 대여 업체들이 상호 협의로 중단했던 ‘면허확인 시스템’을 즉시 재개하도록 요청하며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전 캠페인 강화와 법적 경각심 제고 필요

PM 이용 확산에 비해 안전 교육과 법적 경각심은 미흡한 수준이다. 청소년들은 PM을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 면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벌금 등의 처벌 수위 역시 불법 운전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경찰청은 청소년들의 안전한 교통 문화 정착을 위해 무면허 운전 단속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김호승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대여 업체들이 면허 인증 절차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단속과 함께 청소년 대상 교육을 병행할 뜻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업체의 책임 강화와 더불어, 학교 및 가정에서부터 PM 관련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