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산식대로라면 경유 한 리터에 400원, 등유에는 600원의 인상 요인이 이미 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청구서를 또 한 번 미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브리핑을 통해 8일 0시부터 2주간 적용되는 5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2·3·4차에 이어 4연속 같은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석유류 제품은 무려 22% 급등했다”며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MOPS 내렸어도 쌓인 ‘청구서’가 발목 잡다
석유 최고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의 2주간 변동률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최근 MOPS가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정부가 인하 대신 동결을 택한 배경에는 그간 쌓인 누적 인상 억제분이 있다.
지난 3월 13일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 국면에서 MOPS 인상분을 의도적으로 덜 반영해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누적된 미반영 상승분은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400원, 등유 약 600원에 달한다.
정부 입장에선 누적된 인상 요인을 해소하려면 최고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 경제 부담을 고려하면 인상을 단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휘발유 인상 두고 내부 갈등…물가 비중이 발목
정부 내부에서는 서민 생계와 직결된 경유·등유와 달리 휘발유만 일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차관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휘발유가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추산하는 가격은 휘발유 약 2,200원, 경유 약 2,500원 수준이다. 현재 가격 대비 경유는 약 30%, 휘발유는 약 14% 높은 수준으로, 제도 효과가 화물차 운전자·택배기사·농어업인 등 경유 의존 업종에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다.
정유사 손실 100% 보전…정산위 이달 구성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발생하는 정유업계의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달 중 법률·회계·석유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보전 규모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문 차관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자유와 유가 변동성 안정화 여부를 종합 판단해 기민하고 유연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