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도 “팔 곳이 없어요” 하더니…역대급 한파 맞은 분양시장

분양 줄고 미분양 늘고
서울은 단 한 곳서만 분양
시장 심리 위축된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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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심화 / 출처 : 뉴스1

서울에서 석 달 동안 분양된 아파트는 단 한 곳, 그것도 1월 한 달뿐이었다. 2025년 1분기 분양시장은 역대급 한파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1~3월 전국 분양 물량은 2만 147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운 49.7% 감소했다. 서울은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1천97가구) 한 단지가 전부였다.

수도권 전체 공급도 지난해보다 71.2% 줄었고, 인천은 94.5% 급감해 사실상 시장이 멈췄다.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대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 분양은 1년 새 29.3% 줄었다. 분양은 위축됐지만 미분양은 오히려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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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심화 / 출처 : 연합뉴스

3월 말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2만 5117가구로, 2013년 8월 이후 1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다.

집값은 오르고 공급은 줄고

수요가 식은 것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뚜렷하게 늘었다. 서울은 63.4%, 수도권 전체는 30.7% 증가했다. 서울은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효과로 거래가 급증했는데도, 공급은 반대로 줄었다.

문제는 실수요가 모이는 서울의 주택보급률이다. 서울은 4년 연속 하락해 93.6%를 기록했고, 이는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26만 가구 이상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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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심화 / 출처 : 뉴스1

실제로 서울의 지난해 준공 물량은 4만 1천여 가구로, 2020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분양시장 위축과 착공 감소, 공사비 상승 등으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2026년을 전후해 입주 물량이 바닥을 찍는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향후 공급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건설사들 “지금은 아니다”… 눈치만 보는 분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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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심화 / 출처 : 뉴스1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분양가 인상 요인이 누적됐지만, 시장 심리가 약해 수요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분기 수도권 인허가는 전년 대비 45.3% 증가했지만, 착공은 되레 26.7% 줄었다. 허가만 받고 실제 공사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공급계획은 있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규제 완화와 공사비 안정 같은 실질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라며 “입법 지연 중인 재건축특례법 등 공급 확대 법안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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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심화 / 출처 : 뉴스1

지금 멈춘 건설 현장은 2~3년 뒤 입주 부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 조짐이 경고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지금의 정책 판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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