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못 짓겠어요” 줄줄이 떠나던 기업들… 지금은 ‘여기’로 모인다

대규모 재개발 대신 실속형 정비
수년 단축된 사업 속도, 투기 방지책도
중견 건설사들, 서울 도심 틈새 공략
모아타운
모아타운 인기 / 출처 : 뉴스1

“서울에서 이 정도면 황금알을 낳는 거죠.”

최근 서울 곳곳의 노후 저층 주거지에서 조용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름하여 ‘모아타운’이다.

대형 재개발보다 사업 속도는 빠르고 위험은 적은 이 틈새시장에 중견 건설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재개발보다 빠르고 유연한 추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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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인기 /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모아타운은 기존 재개발과는 결이 다르다. 10만㎡ 이하의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여러 개의 ‘모아주택’을 하나로 묶어 단지화하는 방식이다. 기반 시설 확충과 용도지역 상향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특히 평균 8~10년 걸리던 재개발과 달리, 모아타운은 4~5년이면 입주까지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100곳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109개 구역이 지정된 상태다. 서울시는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일부 대상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모아타운
모아타운 인기 / 출처 : 뉴스1

사도 지분거래 차단으로 투기 세력 유입을 방지하고, 주민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코오롱글로벌이다. 강북구 번동에서 무려 10개 구역을 수주하며 ‘하늘채 브랜드타운’ 형성에 나섰고, 천호·면목동 일대까지 수주를 확대 중이다.

DL건설도 면목동 모아타운 일대를 중심으로 ‘e편한세상’ 대단지를 예고하고 있으며, 쌍용건설은 금천구 시흥5동 2500가구 규모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모아타운을 통해 도심 주요 거점에 브랜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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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인기 /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도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기반 시설과 녹지, 공공 인프라가 함께 조성되면서 주민 삶의 질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틈새’에서 주류로…중견의 반격이 시작됐다

기존에는 대형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시장이었지만, 최근 일감 부족으로 이들도 중형급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오는 26일 고척동 4·5·6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는 동부건설과 쌍용건설이 정면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와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서 서울에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모아타운은 단순한 틈새가 아니라 실속형 전략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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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타운 인기 / 출처 : 연합뉴스

서울시는 “2040 공원녹지기본계획”과도 연계해 생활권 단위의 녹지 확충과 인프라 정비를 병행할 방침이다. 즉, 모아타운은 단지 개발을 넘어 도시 환경 개선까지 아우르는 장기 전략의 일부다.

정비가 늦어지고 주민 간 갈등이 반복되던 서울의 저층 주거지에 모아타운이라는 새로운 균형점이 등장한 셈이다. 사업성과 공공성이 만나는 접점에 중견 건설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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