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인 줄로만 알았더니”…비만 치료제, ‘심장 지키는 방패’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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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심혈관질환 예방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출처-연합뉴스

단순히 살을 빼는 약으로 알려졌던 비만 치료제가 심장을 지키는 ‘의학적 방패’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 최고 권위의 연구진이 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만성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심장 미세혈관을 이완시키는 GLP-1의 비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핵심 성분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이 심장의 미세혈관을 이완시키는 ‘혈류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밝혀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월 중순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GLP-1은 심장 모세혈관 주위세포(pericyte)의 ‘KATP 채널’을 활성화해 허혈(산소 부족)로 수축된 혈관을 이완시킨다. KATP 채널은 세포막에서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며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통제하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꽉 막힌 도심 이면도로를 넓혀 전체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원리와 같다.

‘노-리플로’ 현상, 심근경색 환자 30~50%를 위협한다

이번 연구가 주목하는 핵심 문제는 ‘노-리플로(No-reflow)’ 현상이다. 심근경색 환자는 막힌 관상동맥을 풍선 확장술로 재개통하는 치료를 받지만, 환자의 30~50%에서는 큰 혈관이 열려도 미세혈관이 폐쇄되어 혈류가 회복되지 않는다. 이는 심장 근육 손상을 악화시키고 심부전이나 사망 위험을 높이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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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원격 허혈 사전 처리(RPc)를 통해 분비된 GLP-1은 모세혈관 폐쇄율을 73.9%에서 30.7%로 대폭 낮추고 혈류량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UCL의 데이비드 애트웰 생리학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검증된 GLP-1 계열 약물이 노-리플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치료로 신속히 전환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효과 유지하려면 ‘지속 복용’이 관건

GLP-1 치료제의 심혈관 보호 효과는 꾸준히 복용할 때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뒷받침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지야드 알-알리 박사팀이 당뇨병 환자 33만 3,68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3년 지속 복용 시 심근경색·뇌졸중·사망 위험이 기존 약물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치료를 2년간 중단하고 재개하지 않을 경우 위험이 22%까지 높아졌다.

알-알리 박사는 “심혈관 보호 효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며 “부작용 관리와 비용 부담 완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의 효과만큼이나 접근성 문제가 임상 결과에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위고비는 현재 국내에서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유일한 적응증을 가진 비만 치료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위고비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대사질환 및 심혈관 지표 개선 효과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근거”라며 “비만 치료제가 만성질환 관리 영역에서 차지할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 모델을 기반으로 한 기전 연구인 만큼,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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