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한 편이 글로벌 문화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2025년 6월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누적 시청 4억 8,160만 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 부문 단일 작품 최다 시청 1위에 올랐다. 주제곡 ‘골든’은 빌보드 핫100 정상을 차지했고, 골든글로브 2관왕과 그래미 OST 수상까지 휩쓸며 한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5일 발표한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는 이 작품의 성공 배경을 명확히 보여준다. 30개국 외신 기사와 소셜미디어 자료 약 15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저승사자·도깨비 같은 전통문화 소재와 김밥·라면 등 한식이 K팝과 자연스럽게 결합한 점이 핵심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93개국 넷플릭스 차트를 동시에 점령한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만든 글로벌 공감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K팝 아이돌이 악마 사냥꾼으로 변신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글로벌 연속 TOP10에 25주간 머물렀다. 문체부 분석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과 흑백 요리사 등 선행 콘텐츠들이 이미 한국 문화 노출의 토대를 마련한 상태에서 전통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로 작품 속 등장하는 한식과 전통 요소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K-컬처’ 체험 상품 예약 급증으로 이어졌다. 문화 콘텐츠 전문가들은 “단순히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글로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2025년 3분기 넷플릭스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한 것도 이러한 한류 콘텐츠의 기여가 컸다.
K팝 중심에서 문학·영화로 확산되는 한류 지형
주목할 점은 한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류 관련 외신 보도는 아시아 44%, 유럽 20.8%, 북미 16.9% 순으로 나타났지만, 지역별 관심 분야는 확연히 달랐다. 대부분 지역에서 K팝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아프리카는 ‘K-문학’, 오세아니아는 ‘K-영화’ 비중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K-문학 보도 비중이 전 분기 대비 30%포인트 이상 급증하며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집중 조명됐다. 외신들은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며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K-문학, 베트남에서는 K-드라마, 브라질에서는 K-영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국가별 문화 수용 양상도 다변화되고 있다.
문화가 만든 경제 효과, 관광에서 소비까지
‘K-푸드’의 세계적 유행도 두드러졌다. 핵심어로 ‘김치’, ‘소주’, ‘라면’, ‘비빔밥’ 같은 한식은 물론 ‘셰프’, ‘오징어 게임’이 새 연관어로 부상했다. 문체부는 “OTT 요리 예능 ‘흑백 요리사’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한식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재조명된 효과”라고 분석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국가별 정서에 맞춘 제목 현지화 전략과 가족애 서사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오징어 게임’ 시즌3는 93개국 1위를 기록하며 영향력을 유지했다. 문화 콘텐츠가 관광·소비로 파급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460여 개 해외 매체 보도 5,608건과 유튜브, X(구 트위터) 등에서 수집한 한류 관련 자료 149만여 건을 분석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외신 기사와 소셜미디어 자료를 통합해 대륙·국가·콘텐츠별 보도량과 핵심어 변화, 감성 분석까지 국제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류가 단순 유행을 넘어 글로벌 문화 지형을 재편하는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