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한 판에 7천 원이 넘어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비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꺼이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동물복지란이다.
건강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른바 ‘프리미엄 계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동물복지란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월 4.4%에서 지난해 12월 13.8%로, 불과 4년 새 세 배 가까이 뛰었다.
계란 껍데기에 숨겨진 숫자의 의미
동물복지란은 계란 껍데기에 찍힌 ‘난각번호’로 구분된다. 2019년 도입된 이 제도는 소비자가 숫자 하나로 닭의 사육 환경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번은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방사’ 방식이고, 2번은 케이지 없는 실내 ‘평사’ 사육을 뜻한다. 두 경우 모두 일반 케이지 사육과 달리 닭이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의미로, 소비자들은 이 번호를 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계란’임을 판단한다.
가격 프리미엄에도 지갑 여는 소비자들
가격 차이는 분명하다. 이달 넷째 주 기준 일반 계란 특란 한 판(30구) 평균 가격은 약 6,900원 수준이다. 반면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한 업체의 동물복지란 15구는 7,990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 개당 단가가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 결과 2024년 동물복지란 총 구매 규모는 6,3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6%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동물복지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7% 늘었다. 7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이 모(36) 씨는 “가격이 조금 더 나가도 아이가 먹을 음식이라 동물복지란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윤리 소비’ 물결
식품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풀무원·매일유업·hy 등 주요 기업의 동물복지란 판매량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풀무원은 2028년까지 식용란 전량을 동물복지란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고, 매일유업 상하농원은 기존보다 더 엄격한 사육 기준을 적용한 ‘진유정란’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정부도 지원을 확대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동물복지 인증 농가를 지원해왔고, 그 결과 인증 산란계 농가 비중은 2020년 17.9%에서 지난해 27.6%까지 높아졌다. 열 곳 중 세 곳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값이 조금 더 나가도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하려는 소비 성향도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