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던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월 22만원대 경구형 비만약 위고비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절반 가격의 복합 조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원격의료 기업 힘스앤드허스가 위고비와 동일한 활성성분을 담은 복합 조제 제품 출시를 발표하자,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유럽 증시에서 8% 급락했다. 같은 날 일라이릴리도 뉴욕증시에서 6%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연간 51조원 매출의 위고비가 속한 7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 저가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허 만료를 앞둔 비만약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 7만원 vs 22만원… 3배 가격 격차 충격
힘스앤드허스가 선보일 복합 조제 제품은 위고비 알약과 동일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활용한다. 가격은 첫 달 월 49달러(약 7만1천원), 이후 5개월 선불 결제 시 월 99달러(약 14만5천원) 수준이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1월 출시한 경구형 위고비의 월 149달러(약 22만원)와 비교하면 33~67% 저렴한 셈이다.
이 같은 가격 경쟁이 가능한 배경에는 미국의 복합 조제(compounding) 제도가 있다. 개별 환자의 필요에 맞춰 기존 제약 성분의 용량을 맞춤 조정하는 방식으로, FDA 승인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노보노디스크가 주사형 위고비(월 349달러)의 불편함을 극복하고자 경구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저가 대체품이 등장하면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2025년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서 위고비는 356억 달러(약 51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359억 달러)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가격 경쟁은 시장 판도를 다시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돈 낭비” vs “다른 제형”… 효과 논란 가열
복합 조제 제품의 등장을 두고 제약업계와 원격의료 업계 간 공방이 치열하다. 노보노디스크의 마이크 도우스트타르 CEO는 런던 투자자 행사에서 “복제품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아 구매자가 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힘스앤드허스는 “복합 조제 의약품은 FDA 승인을 받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는 다른 제형 및 전달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다만 회사 측도 “이 제품은 FDA의 안전성, 효과성, 품질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신중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헬스케어 전문가 크리스천 무어는 “투자자들이 이 제품의 합법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합 조제 방식이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대량 상업화 단계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특허 만료 임박… 경구형 비만약 시장 ‘춘추전국시대’
이번 사태는 비만약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특허가 인도, 중국, 캐나다 등에서 올해 만료되면서, 복제약 출시가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6년 상반기, 한국은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라이릴리 역시 경구형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의 출시를 준비 중인데, 위고비 사례처럼 복제품이 신속하게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구형 비만치료제가 전체 시장의 30%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패치형이나 임플란트형 등 다양한 전달 방식 개발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가 복제품의 등장이 비만약 접근성을 높여 시장 확대를 촉진할 것이란 긍정론과, 원제품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7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만약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가격 경쟁 국면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