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폭탄에 매출 6.6% 줄어든다”
중국 무역에 관세 1% 올라가면
한국 수출 0.45% 급감하는 ‘도미노’

“잦은 정책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 수출기업 임원의 한탄이 현재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충격파가 한국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6%, 6.3%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다.

가장 큰 타격 받는 전기·전자 산업
업종별로 살펴보면 피해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기·전자 분야가 8.3%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차·부품(7.9%), 석유화학·석유제품(7.2%) 순으로 이어진다.
일반기계(6.4%)와 반도체(3.6%), 철강(2.8%) 산업도 상당한 감소세가 예상된다.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국 기업과 한국 기업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81.3%가 이러한 견해를 밝혀 양국 산업 생태계의 공멸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發 도미노 효과로 이중 타격
관세 문제는 단순히 한미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0.45% 줄어드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의 대중 수출 중 85.9%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국이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69% 감소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31.1%나 급감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다.
이미 5월 초부터 그 영향은 감지되고 있다.
5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으며, 특히 대미 수출은 14.6%, 대중 수출은 7.2% 각각 감소했다.
이는 관세 정책의 파장이 이미 한국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0%대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 전망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는 결국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수출이 3.6~4.7% 감소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0.1~0.2%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이 중국에 145%,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0.8%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주요 경제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낮췄으며, IMF 역시 2.0%에서 1.0%로 수정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평균 전망치 또한 0.8%로, 불과 두 달 전인 3월의 1.4%보다 크게 떨어졌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비관세장벽을 해소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강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