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지표 흔들리자 ‘결국 결단 내린 미국’ 한국은 ‘어쩌나’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미국 연준 긴장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결단 임박
양국 금리차 더 벌어질까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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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우리는 양대 목표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의 이 한마디는 미국과 한국 경제의 엇갈린 운명을 예고했다.

미국은 경제 불확실성에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한국은 금리 인하라는 고통스러운 결단을 앞두고 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더 높아질 위험 커졌다 진단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4.25∼4.50%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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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연속 동결 결정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준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관세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계속 진화하고 있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관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으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더 관망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꽤 낮다”고 덧붙였다.

지난 1분기 미국 GDP가 -0.3%의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연준은 이를 관세 발효 전 수입 급증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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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연준은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계속해서 견조한 속도로 확장해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현재 미국 경제가 관망할 수 있을 만큼 건전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한국은행, 인하 결단 임박… “경기 상황에 따라 충분히 낮출 것”

미국이 관망을 택한 반면, 한국은행은 29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2%로 나타나면서 경제 불안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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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 중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지난달 17일 금통위에서는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불안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지만, 동시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2월에 낮춘 예상치(1.5%)에도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은 이를 사실상 5월 금리 인하를 예고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한은의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인하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이제는 하반기 인하까지 포함해 ‘연내 3회 이상’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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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원화 약세 우려

문제는 이러한 한국의 금리 인하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현재 1.75%포인트지만,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으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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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어 결국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 후반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했다”며 “외환 수급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상당 폭의 거주자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은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과 원화 가치 방어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미국과 한국 경제의 엇갈린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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