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포기 못한다” 하더니 결단 내린 LG… 무슨 일?

“미국 관세폭탄 앞에 전략 수정”
베트남 생산 줄이고 멕시코 확대
글로벌 생산망 ‘스윙 체제’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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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연합뉴스

“46% 관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LG전자가 미국 무역정책 변화에 대응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행 냉장고 물량을 대폭 줄이고, 이를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며 위기 대응에 나선 한국 대표 가전업체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발 관세폭탄에 맞선 긴급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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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2일 베트남 하이퐁 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해 미국 수출용 냉장고 생산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 미국 시장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 46%라는 고율 관세를 책정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차등 관세 정책이 있다. 베트남에는 46%의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멕시코는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게다가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혜택을 받아 추가적인 관세 부담 경감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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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연합뉴스

미국 시장, LG전자의 생명줄

이처럼 LG전자가 신속하게 생산 전략을 재편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전체 매출액 87조 7,282억 원 중 25%에 해당하는 22 조8,959억 원을 미주 지역에서 올렸다.

베스트 바이, 홈 디포, 로우스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요 판매처로, 미국 시장은 LG전자에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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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뉴스1

더욱이 LG전자는 미국 가전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의 발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출 기준 18.8%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수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16.4%를 기록하며 미국 대형 가전업체 월풀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렇게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LG전자의 발 빠른 대응은 필수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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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연합뉴스

LG전자는 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찌감치 구축해 놓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윙 생산 체제’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국가별 정책 변화나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기지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멕시코에서는 생활가전과 TV를, 베트남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생산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화된 생산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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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베트남 생산량 조정 / 출처: 연합뉴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달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대로 LG전자는 현재 베트남 공장의 생산량 조정을 통해 첫 번째 대응책을 실행에 옮긴 상태다.

다만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유예 종료까지 두 달 가까이 남았고,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는 상호관세는 오는 7월 8일까지 90일간 유예된 상태로,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LG전자의 전략도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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