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가 함유된 파생 완제품에 대한 관세 산정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기존의 금속 함량 비율에 따른 복잡한 계산 대신, 제품 전체 가격 기준 25%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4월 2일 이 같은 내용의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으며, 새 규정은 오는 4월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하필 이 날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선언한 이른바 ‘해방의 날’ 1주년이기도 해 상징성이 부각됐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한국산 가전제품이 이번 조치의 직접 영향권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제품은 철강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25% 관세 일괄 적용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중 계산 구조, ‘단순화’ 명목으로 손질
기존 방식은 세탁기·냉장고의 철강 함량 비중에 50% 관세를 곱한 뒤, 나머지 부분에는 해당 수출국의 일반 관세율을 별도로 적용하는 이중 구조였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프레스콜에서 “이전 방식은 작업량이 많았고 그만큼의 가치가 없었다”며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새 체제에서는 금속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완제품에 제품 가격 기준 25% 관세가 일률 적용되며, 15% 이하인 완제품은 해당 품목 관세가 면제된다. 해외에서 제조됐더라도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를 사용한 제품은 10%의 우대 관세율이 부여된다.
관세 회피 차단…기준점을 ‘수출가’에서 ‘구매가’로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관세 부과 기준을 수출업체의 신고 가격에서 미국 구매자의 최종 구매 가격으로 전환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수입 철강의 신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예상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자재인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50% 관세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다만 특정 금속 비중이 높은 산업 장비 및 전력망 장비에는 2027년까지 15%의 별도 관세가 적용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준점 전환이 실질 세 부담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의약품 100% 관세 포고령도 동시 서명…한국은 15% 별도율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도 서명했다. 다만 한국·일본·유럽은 별도 무역합의에 따라 15%, 영국은 10%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된다.
의약품 관세에는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 대기업은 120일, 중소기업은 180일이다. 미국 내 생산 이전(리쇼어링) 계획을 발표한 제약 대기업에는 20%의 인하 관세율이, 의약품 가격을 최혜국 수준으로 낮출 경우에는 0%가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관세 발표가 이란과의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 상황과 맞물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반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