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팔고, 경기는 만들고, 울산은 수출한다’…첫 공개된 지역경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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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 지역공급사용표 결과
경기도 평택항 /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 한 곳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수치로 확인됐다. 단순한 생산액 집계를 넘어, 어떤 재화가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져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한 새로운 통계가 등장했다.

국가데이터처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17개 시·도와 5대 권역의 생산·소비·교역 구조를 담은 ‘2023년 지역공급사용표’를 처음 공개했다. 지역별 이출·이입 흐름까지 포함한 종합 교역 통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통계는 기존 지역내총생산(GRDP)이 산업별 생산 규모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특정 생산물이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져 어디로 이동하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를 GRDP 작성 보완과 시·도별 맞춤형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수도권, 생산부터 소비까지 ‘절반 독식’ 구조

국가데이터처, 뉴스1

2023년 전국 지역내 생산액은 5,646조 6,00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48.6%로 절반에 육박했다. 동남권(16.4%), 중부권(14.0%), 대경권(8.5%), 호남권(7.0%)이 그 뒤를 이었다.

총공급·총사용 규모는 8,972조 1,000억 원이었으며, 수도권 비중은 46.8%에 달했다. 생산만이 아니라 공급과 소비까지 수도권에 집중된 이중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지역내생산 비중 24.6%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서울(18.9%), 충남(7.3%) 순이었다. 총공급 대비 지역내생산 자급률은 서울이 68.4%로 가장 높았고, 세종이 54.8%로 가장 낮았다.

‘서울=서비스, 경기=제조’…수도권 내 정밀 분업 체계

수도권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울과 경기가 뚜렷하게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서울은 지역내생산의 87.7%가 서비스업이었으며,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92.6%에 달했다. 사실상 ‘서비스 전문 도시’에 가까운 구조다.

임경은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기획과장은 “서비스업 중심의 서울과 제조업 중심의 경기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권역 내 이출·이입 비중이 높게 나타나 긴밀한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명동 / 연합뉴스

제조업 편중은 다른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울산은 지역내생산의 82.8%가 광업·제조업으로 전국 최고였다. 충남(68.0%), 충북(63.3%), 전남(59.0%), 경북(58.0%), 경남(57.0%)도 제조업 중심 구조를 보였다. 지역별 특화 산업으로는 강원 광업(입지계수 16.55), 제주 농림어업(6.99), 세종 공공행정(5.82), 울산 석유·화학제조업(4.23) 등이 확인됐다.

수도권 106조 ‘순유출’…호남권 개방도는 오히려 최고

교역 구조를 보면 수도권은 106조 3,000억 원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144조 2,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양을 다른 지역으로 내보냈다. 반면 경기는 28조 2,000억 원 순유입으로, 타 지역 생산물을 빨아들이는 거대 소비·물류 기지 역할을 했다.

권역별 외부경제 개방도는 호남권이 3.85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이 2.38로 가장 낮았다. 임 과장은 “개방도가 높다는 것은 지역 내 생산·소비가 충분히 이뤄진 뒤 남는 생산물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공급되는 구조”라며 “원자재·중간재 이동이 많은 제조업 기반 지역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수출 비중(총사용 대비)은 울산이 25.3%로 가장 높았고, 전남(14.7%), 경북(12.9%), 충남·경기(각 11.9%) 순이었다. 울산과 전남은 원유 등 원자재 수입 비중도 각각 18.8%, 18.1%로 가장 높아, 글로벌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지역경제가 직접 노출되는 구조임이 드러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가 수도권 집중 구조를 수치로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향후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지방 육성 논쟁 모두에서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 입지계수가 높은 산업의 고부가가치 전환과 에너지·원자재 리스크 관리를 포함하는 권역별 정밀 산업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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